지난해 지정감사를 받은 피감법인의 감사보수가 자유선임 감사보수에 비해 2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우월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보수를 책정하는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자유선임 감사에서 지정감사로 전환된 497개 피감기업의 지정감사보수가 최근 3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보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지정받은 회사 가운데 일부가 회계법인과 감사보수 분쟁으로 계약 체결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자유선임에 비해 과도한 보수로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상장예정법인 또는 감리조치, 감사인 미선임 등의 사유가 있을 때 특정 감사인을 지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 규모나 감사투입시간 등이 크게 변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으로부터 지정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회계법인이 임의로 감사보수를 늘린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감리조치 사유로 인해 감사인이 지정된 A사는 보수 분쟁 등으로 체결 기한보다 5개월 늦은 12월에야 계약을 체결했다. 또 상장을 위해 감사인이 지정된 비상장사는 감사보수가 13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17.7배가 증가하는 등 각종 문제가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자유선임에서 지정감사로 전환된 497개사의 지정감사보수는 평균 4500만원에서 1억2500만원으로 250% 증가했다.
특히 자산 1조원 이상 대형사의 지정보수는 169% 상승한데 비해 1조원 미만 중소형사는 25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감사인 지정이 과도한 감사보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정감사보수 신고센터' 등을 운영할 방침이다. 센터에서는 규모가 비슷한 회사의 과거 지정감사 보수 수준을 안내하고 회계법인이 우월 지위를 남용 등을 막기 위해 과도한 보수를 요구한다는 징후가 발견되는 즉시 유관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또 회사와 회계법인 의견을 종합해 자율조정을 유도하고, 계약체결 기한을 탄력있게 부여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성 금감원 회계관리국장은 “대형사에 비해 감사보수 협상력이 낮은 중소형사는 감사인 지정에 따른 보수 부담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정감사 계약체결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신고센터 운영 등 원활한 지정감사 계약 체결을 위한 지원방안을 즉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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