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끝나지 않는 원조 '사토시' 논쟁…그는 누구인가?

“크레이그 라이트는 습관적인 표절꾼이다.”

비밀문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 13일 블록체인 개발 업체 엔체인(nChain)의 크레이그 라이트 수석 연구원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가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를 사칭하고 있다는 것. 이날 위키리크스는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를 통해 크레이그 라이트가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화이트 페이퍼를 베껴 쓴 증거를 공개했다. 이에 크레이그 라이트는 “위키리크스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불법 정보를 거래하고 있다”며 범죄 집단과 다르지 않다고 반격했다. 위키리크스와 크레이그 라이트의 설전은 지난 10년간 지속된 '원조 사토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 1월 3일 비트코인은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가 첫 비트코인 논문을 발표한 날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때 시가총액 372조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정체는 미궁에 빠져있다.

지난 10년간 사토시 나카모토로 추정되는 후보는 많았다. 2011년 10월 미디어 뉴요커가 헬싱키 소재 연구소의 핀란드 출신 연구자를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2014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전직 소프트웨어 개발자 도리안 나카모토가 유력 후보로 언급됐다. 최근에는 호주계 엔지니어이자 블록체인 스타트업 엔체인 수석 연구원 크레이그 라이트가 후보 중 유일하게 스스로를 '사토시 나카모토'라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는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다수의 사토시 후보 중 어느 누구도 자의적, 타의적으로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암호화폐 전문 플랫폼 해시피는 지난 1월 '사토시를 찾다'라는 장문의 분석글을 게재, 사토시 후보를 3명으로 압축했다. 과거 사토시의 메일 작성 시기, 방식, 그와 메일을 나눴던 전문가들 의견 등이 근거로 언급됐다.

◇사토시 생일은 중앙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담은 암호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생일은 1975년 4월 5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실제 사토시의 생일이 아닌 과도하게 중앙화된 경제 구조에 대한 풍자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추측했다.

먼저 그의 생일인 4월 5일은 미국이 전례 없는 대공황에서 허우적대던 1933년 루즈벨트 미국 전 대통령이 '행정 명령 6102'를 발동, 일반인의 금 보유를 금지한 날이다. 그리고 1975년은 포드 미국 전 대통령이 금 보유를 다시 합법화한 연도다. 사토시의 생년월일에 기득권 세력에 의한 경제 질서의 붕괴, 그때마다 이어진 중앙 집권 세력의 일방적 정책 단행에 대한 의도적 비판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고안한 배경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거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꼽은 바 있다. 그렇다면 사토시와 실제로 교류한 사람들이 추정한 그의 나이는 얼마일까? 사토시와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가빈 앤더슨과 마티 마미는 그가 1960~1970년대 유행하던 역폴란드식 표기법을 애용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어느정도 나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에 사토시와 비트코인의 각종 버그를 수정했던 할 핀니는 사토시의 나이가 비교적 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빈 앤더슨과 마티 마미의 출생연도가 1970, 1980년대였고 할 핀니가 2009년 이미 53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토시 연령은 대략 50대(2009년 당시 40대)로 좁혀진다.

◇사토시는 일본 이름을 쓰는 미국인이다?

비트코인 애호자들은 사토시의 나이 뿐만 아니라 국적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토시는 일본 이름을 쓰고 있지만 일본어로 교류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과거 일본어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그는 종종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그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뽐냈다. 단순히 영어만 잘하는 게 아니라 미국식 은어나 속어 사용에도 능숙했다. 동시에 그는 영국식 영어를 썼다.

실제 그가 비트코인 커뮤니티 '비트코인톡'에 남긴 글을 살펴 보면 Analyse, Colour, Organise, Favour 등 영국식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정리하면, 그는 일본인을 자칭하지만 일본어로 교류한 적이 없으며 미국식 영어에 능통하나 영국식 영어도 사용한다. 다만 언어만으로 그의 국적을 추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서 주목한 게 사토시의 출현 시간대다. 과거 그가 비트코인 커뮤니티 메일링 리스트 대상에 논문이나 의견 등을 발표한 시간대를 살펴보면 대부분 미국 중부, 동부 표준 시간 기준 업무 시간대에 분포해 있다. 미국 거주자임을 추정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사토시는 미국 동부 표준 시간 기준 자정부터 아침 8시 사이 출현 횟수가 적었다. 특히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에는 단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

월별로 보면 사토시가 논문을 발표하거나 답장을 한 시간 대부분은 6월에서 8월에 집중돼 있다. 또 여름 방학 시기인 6, 7, 8월 사토시는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대에 회신했지만, 그 외 시간에는 미국 동부 표준 시간 기준 점심이나 퇴근 후인 저녁 6시 이후에 발송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토시가 학교나 학술 기관 등 학계에서 일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의 성격이나 글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눈길을 끈다. 레이 딜린저는 2008년 11월 14일 사토시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행 바꾸기'를 요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토시는 가로로 길게 메일을 작성하고는 했는데, 이 때문에 수신자는 행이 바뀔 때마다 마우스 커서로 화면을 좌우로 움직여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다음날인 15일 사토시는 레이 딜린저의 피드백을 반영해 행을 바꿔 메일을 작성해 회신했다. 이후 그가 작성한 메일에서는 일관되게 행이 바뀌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 주목받는 사토시 나카모토 후보자들

미디어는 위와 같은 국적, 연령대, 메일 작성 습관 등을 바탕으로 세 명의 유력 후보자를 추려냈다. 이들은 각각 △사이버 보안 및 솔루션 플랫폼 엔지니어 케빈 케난(Kebin Kenan) △시스템 보안 전문가 찰리 카우프만(Charlie Kaufman) △컴퓨터 공학 전문 잡지 작가이자 일본어에 능통한 롭 레모스(Rob lemos)다.

이 중 가장 유력시 되는 후보는 케빈 케난이다. 케빈 케난은 1970년대 출생자로 미국 오리건 주에 거주한다. 과거 시스템 보안 회사 파이어아이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2010년 1월에서 4월 사이 미국 오리건 주 한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및 암호화폐 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비트코인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던 2007년 9월에서 2010년 2월 사이, 그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고 'K2디지털 디펜스'를 창업했다. 해당 업체와 관련된 정보는 온라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자체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주 기본적인 개인 정보만 노출돼 있는 상태다.

두 번째 후보인 찰리 카우프만은 암호 프로토콜, 해시 함수 등 암호화폐와 관련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학계에 종사한 경력은 없지만 메일 작성 스타일 변화 시기가 사토시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실제 2005년 이전 찰리 카우프만이 작성한 메일에서는 가로로 늘려 썼지만, 사토시가 메일 작성 스타일이 바꾼 2009년 연초 이후 메일에서 일관되게 행을 바꾸고 있다.

마지막 후보인 롭 레모스는 과거 미국 컴퓨터 관련 잡지 및 IT 웹사이트에 여러 차례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는 IT 전문가다. 세 명의 유력 후보 중 유일하게 일본어를 구사한다. 그는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코넬대학에서 일어를 공부했으며 IT 분야 일본 비즈니스 현황 등에 대해서도 연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미디어는 이들 후보에게 확인 메일을 보냈으나, 아직 누구에게서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디어는 “사토시 나카모토 정체를 밝히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의 베일을 벗기기가 쉽지 않다. 사토시 스스로가 정체를 밝히고자 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미디어 체인디디도 “비트코인이 단순 투자 대상을 뛰어 넘어 실생활까지 파고 들면서 이를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를 찾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특히 사토시가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그의 정체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의 영향력은 단순 암호화폐를 넘어 글로벌 경제·금융 분야에까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경제 잡지 워스매거진이 발표한 '세계 금융 유력 인사 100인'에 따르면 사토시 나카모토는 44위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50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98위) 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코인니스 business@coinn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