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원편광 정보 인지 반도체 소자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차세대 암호화 소자, 광통신컴퓨팅, 바이오센서 분야에서 원편광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소재연구단 임정아 박사팀은 카이랄 분자와 반도체 소재를 이용, 원편광을 회전 방향에 따라 감지하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광통신컴퓨팅, 암호화 소자 분야에서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광전소자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원편광은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진행하는 빛이다. 전자 양자역학적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차세대 광컴퓨팅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원편광 감응 반도체 소자는 고가 공정 장비를 활용해야 했다.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비틀어진 거울상 구조체를 제작했다. 공액 분자를 사용하면 용액 공정으로 쉽게 거울상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지만 이를 균일한 박막으로 제작, 반도체 소자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임정아 박사팀은 원편광 이색성을 띠는 동시에 전하 이동도 우수한 반도체 박막을 간단한 용액 공정으로 제작했다.
연구진은 용액 공정이 가능한 고분자 반도체와 카이랄 분자의 혼합 용액을 기판 위에 코팅, 가열했다. 이때 박막에서 자발적으로 고분자 블렌드 상 분리가 일어나 카이랄 분자 결정이 표면에 형성되고 내부에는 반도체 특성을 띠는 고분자 반도체 층이 형성된다. 카이랄 결정·고분자 반도체 박막은 증폭된 원편광 특이성을 띠게 된다. 연구진은 이 특이성이 카이랄 분자 결정화와 고분자 반도체 층의 새로운 에너지 준위 생성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박막에 전극을 증착시켜 원편광 감응이 가능한 다이오드 소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원편광을 조사하면 원편광 방향에 따라 구별되는 흡수 특성을 띠는 카이랄 분자에서 고분자 반도체 층으로 전자가 이동했다. 원편광 방향성에 따라 다르게 감응하는 반도체 소자가 만들어졌다. 임정아 박사는 “원편광 감응 반도체 박막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원편광 응용 기술 상용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고려대 공동 연구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소재 분야 국제 저널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스' 최신호에 실렸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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