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인터넷은행부터 단체수의계약 부활까지...정책경쟁 꽃핀 토론회

대구, 전주에 이어 서울에서 열린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후보 공개토론회는 상호 비방보다는 정책 경쟁에 무게중심이 쏠렸다. 후보자 별 정견 발표는 물론이고 상호 질의 시간에도 정책 공약에 대한 의견 교환이 주를 이뤄 중소기업계과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에서는 모든 후보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최저임금 동결 혹은 최소한의 인상과 함께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 관철에 대한 약속이 이어졌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국내 체류 기간 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악법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재한 “청와대·국회와 교섭력 갖춘 회장 필요”

이재한 후보는 중소기업 현장과 정부·국회 간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조합의 특권을 내려놓고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는 회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우선 중소기업, 벤처, 여성경제계, 소상공인이 한데 모인 대통합기구 설립을 약속했다. 중앙회 외원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강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으로 확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확대 등을 이뤄내겠다는 설명이다. IBK기업은행과 협력을 통한 중소기업 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도 추진한다. 원부자재 공동구매 전용 특례보증을 1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중소기업 남북경협 비즈니스 허브센터 설치, 중소벤처기업부 KOTRA 이관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기문 '할 말·할 일하는 중앙회'

김기문 후보는 “할 말하는 당당한 중앙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23, 24대 중앙회장을 역임하며 상암동DMC 센터를 세우고 노란우산공제, 홈앤쇼핑 출범 등으로 중앙회 자립 기반을 마련한 이력을 상기시켰다.

주요 공약으로는 표준원가센터 설립을 제시했다. 객관적인 표준 원가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제품이 노력한 만큼 제값 받는 시스템이다. 중소기업이 저리에 자금을 조달하고 담보가 아닌 신용과 기술력으로 대출을 받는 K-BIZ은행 설립도 제시했다. 외국인 노동자 산업 연수생 제도 부활로 3년 동안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이목을 끌었다.

◇주대철 “전쟁터에 선 중소기업계, 전선 지휘하는 중앙회 될 것”

주대철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단체수의계약 제도 폐지를 두고 중앙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결과 2년 유예를 이뤄낸 적이 있다”며 “다시 전쟁터에 선 지금 진작 싸웠어야 할 중앙회는 싸울 의지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협동조합활성화 기금 조성과 단체수의계약 부활, 협동조합 공동사업의 공정거래법 상 카르텔 예외 지정이다. 협동조합 자립 기반 마련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숨통을 터주겠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사이버대학 및 석박사 대학원 설립, 중앙회 보증 보험 문턱 하향 등도 약속했다.

◇이재광 “협동조합이 주인인 중앙회 만들 것”

이재광 후보는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회사를 인수, 1000억원대 매출 회사로 성장시킨 중소기업 경영자로서의 이력을 강조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신용을 철칙으로 살아왔다며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부각했다.

공약으로는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규모별 차등화와 주 52시간 근무제 탄력적용, 주휴수당 폐지, 외국인 임금 차등화와 외국인 연금 폐지, 단체수의계약제도 법제화, 생계형적합업종 확대, 협동조합 전담 은행 설립. 중소기업연구원 환수 등을 제시했다.

◇원재희 “대기업 중심 정책 대전환에 명운”

원재희 후보는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기업에 편중된 정부 정책 때문”이라며 “대기업에 편중된 정부 정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명운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을 억누르는 정책에 대응해 회장 직속으로 정부와 국회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대기업 구조조정에 주로 활용되던 산업은행 자금도 중소기업에 우선 지원될 수 있도록 개편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유연성 확보와 전문부회장제 도입, 조합 지원기금 1000억원 조성, 중소기업 전담은행 설립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