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기아자동차가 '세타2엔진' '에어백' 등 제작 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내부고발'을 한지 약 2년 반 만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국내와 미국에서 '품질 이슈'를 겪고 있어 이번 수사 결과는 현대차 경영 전반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품질본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 측은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현대·기아차의 리콜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압수수색을 진행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엔진 제작결함 등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서도 당국의 조사가 있기까지 이를 은폐하며 리콜 등 적절한 사후조처를 미뤘다는 것이 이번 수사의 주요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5월 현대·기아차 제작결함 5건과 관련해 12개 차종 23만8000대 강제리콜을 명령하면서 의도적 결함 은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현대·기아차가 차량 결함을 2016년 5월께 인지하고도 리콜 등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다는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의 내부 제보문건을 근거로 내세웠다.
강제리콜 대상에는 △제네시스(BH)·에쿠스(VI) 캐니스터 결함 △모하비(HM) 허브너트 풀림 △아반떼(MD)·i30(GD) 진공파이프 손상 △쏘렌토(XM)·카니발(VQ)·싼타페(CM)·투싼(LM)·스포티지(SL) 등 5종 R-엔진 연료 호스 손상 △LF쏘나타·LF쏘나타하이브리드·제네시스(DH) 등 3종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불량 등이 포함됐다.
앞서 국토부는 2016년 10월에는 현대차가 싼타페 조수석의 에어백 미작동 결함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시민단체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지난 2017년 4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차 대표이사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자동차관리법 31조에 따르면 완성차나 자동차 부품에 자동차안전기준 또는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으면 이를 알게 된 후 지체 없이 문제를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라고 규정한다. 또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한 날로부터 25일 안에 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차가 결함 사실을 은폐했고, 당시 정부가 현대차를 봐주기 위해 자발적 리콜을 승인한 것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벌인 범죄행위”라며 “이에 대한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하기에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올해 현대·기아차가 지난해보다 더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검찰,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으로부터 세타2 리콜에 대한 적정성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부적정으로 판명될 경우, 리콜 비용은 8조~9조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검찰 조사에서 결함 은폐로 드러나게 되면, 단순히 벌금, 리콜비용 등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도, 이미지 등에서 큰 타격을 입게 돼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