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감염 관리 부실로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들이 집단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와 수간호사, 간호사, 전공의 등 의료진 7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염관리 부실 등 의료진 과실은 인정되나 이런 과실이 영아 사망에 직접 작용했다는 인과관계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조 교수 등 의료진은 2017년 12월15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주사제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의 신생아에게 투여해 이들 가운데 4명을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는지, 또한 이런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에 직접 원인이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먼저 한 번에 사용해야 할 주사제를 몇 번에 걸쳐 쓰도록 나누는 분주 과정에서 주사제가 오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조 교수 등 의료진 대부분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감염 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 해도 반드시 주사제가 오염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사건 발생 후 해당 주사기가 다른 의료 폐기물과 섞여 있어 다른 곳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동일한 준비 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투여 받고도 패혈증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신생아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의료사고 형사사건에서는 과실 여부와 인과관계 모두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면서 “2017년 12월15일 당시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의료진의 과실로 주사제가 오염됐고, 그 오염으로 패혈증이 발생해 피해자들이 사망했다는 공소사실의 인과관계도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조 교수를 변호한 법무법인 천고의 이성희 변호사는 “전문가 집단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사실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2017년 12월15일 당시의 특정 주사제를 사망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다른 정황이 드러났고 이를 충분히 감안해서 인과관계가 분석됐다”고 말했다.
피고인석에 있던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은 무죄 선고가 내려진 이후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일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명백한 증거주의에 입각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의료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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