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가 중국 완성차 업체와 1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파워트레인(동력계통)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가 해외 완성차 업체와 엔진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위아는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장풍기차와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위아(대표 김경배)는 산동법인이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 장풍기차와 8400억원 규모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현대위아는 PTU와 전자식 커플링 등 4륜구동(4WD) 부품과 배기가스 후처리 부품 등도 수주예정으로, 이를 합하면 모두 1조200억원 규모다. 장풍기차는 1950년에 세워진 중국 자동차 제조사로 생산 규모는 연 약 13만대에 달한다.
현대위아 산동법인은 오는 2020년 8월부터 2.0 가솔린 터보 GDI(WIA2.0T-GDI) 엔진을 장풍기차에 공급하게 된다. 공급물량은 1년에 약 6만대씩 5년 동안 총 30만대다. 이 엔진은 장풍기차의 대형 SUV에 탑재될 예정이다. 산동법인은 2006년 11월 현대위아가 중국 산동성 일조시에 설립한 엔진, 자동차 부품 소재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현대위아는 이번 수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자동차의 심장'을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엔진과 함께 터보차저, 4WD 부품까지 패키지로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파워트레인 부분의 추가 수주 가능성을 크게 열었다.
수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위아의 기술력이 최종 계약에 이르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중국의 배기가스 규제인 'China6'와 연비 규제 모두를 충족하는 엔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린 것이 주효했다. 엔진뿐 아니라 터보차저와 4WD 부품을 통합 패키지로 제안한 것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터보차저는 '다운사이징'을 추구하는 중국 내 자동차 판매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업계에서는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가 만드는 엔진의 터보차저 장착률이 2017년 50% 수준에서 오는 2021년 75%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영 현대위아 산동법인장(상무)은 “대형 SUV 특성상 넉넉한 출력과 4WD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터보차저와 4WD 부품을 엔진과 함께 패키지로 제안했다”며 “특히 4WD는 35년 동안 700만대 이상의 풍부한 누적생산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현대위아는 현재 엔진 공장을 가동 중인 중국 산동법인을 활용해 인건비·물류비·관세 등을 절감해 장풍기차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현대위아 산동법인은 지난해 2월 엔진 누적생산 500만대를 돌파했고, 연 최다 80만대의 엔진을 만들 수 있다.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은 “높은 품질과, 기술력으로 해외 완성차 업체와 대규모 부품 공급 계약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며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동차 부품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