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김정은 국무위원장, 65시간 40분만에 베트남 도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오전 베트남 당둥역에 도착해 베트남 정부의 환영 인사를 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오전 베트남 당둥역에 도착해 베트남 정부의 환영 인사를 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역을 출발한 지 65시간 40분 만인 26일 오전 베트남에 도착했다. 이틀 정상회담 일정을 위해 2박 3일 열차 이동을 감수했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이날 오전 8시 10분(한국시간 오전 10시 10분)께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진입, 14분경 플랫폼에 멈췄다. 열차는 앞서 한국시간으로 지난 23일 오후 4시 30분께 평양역을 출발했다. 4500여㎞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 베트남에 닿았다.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22분께 장도에 약간 피곤한 모습으로 열차에서 하차했다. 평양역에서 출발했을 당시 입었던 검은색 모직 코트를 벗은 채 인민복 차림이었다.

김 위원장이 내리기 전에 의전과 경호를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열차 위치를 세세하게 조율했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먼저 내려와 주변 상황을 살폈다.

김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띤 채 베트남 공산당 서열 13위인 보 반 트엉 선전담당 정치국원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이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즈엉 찡 외교부 동북아국 부국장보가 베트남 측 통역을 맡았다.

이어 뒤에 있던 마이 띠엔 중 총리실 장관 등 베트남 정부 관계자과 악수했다.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측은 김 위원장에게 노란색 꽃다발을 건넸다.

김 위원장 뒤로 수행단인 김영철,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뒤따랐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을 위해 군 의장대 사열을 준비했다. 동당역 주변에는 양국 국기를 게양하고 바닥에는 레드카펫을 깔았다. 베트남 주민은 한 손에는 베트남 국기를, 다른 한 손에는 인공기를 손에 쥔 채 흔들며 김 위원장을 환영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25분경 동당역 앞에서 대기 중이던 벤츠 전용차량에 올라탔다. 북측 경호원 12명이 차를 둘러쌓다. 김 위원장의 차는 국도 1호선을 따라 하노이까지 17㎞ 구간을 2시간 30분에 걸쳐 이동했다.

김 위원장도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차 안에서도 창문을 열고 주민들과 눈을 맞추며 손 인사를 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면서 회담 외에 어떤 일정을 소화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는 회담 전날 밤 마리나베이샌즈 등 싱가포르 대표 명소를 방문했다.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때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해 싱가포르의 경제발전 모델이 주목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경남건설의 랜드마크72, 하노이롯데센터 등이 물망에 올랐다. 모두 한국의 투자를 받은 곳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호수인 서호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자취를 따를수 있기 때문이다. 김 주석은 1958년, 1964년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을 방문해 공산권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호는 김일성 전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주석과 함께 걸었던 장소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