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IT서비스기업 26개사 중 17개사가 소송에 휘말렸다. 회사당 평균 6.7건 수준이다.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용역대금이나 물품대금 청구 소송이 다수다. 불명확한 제안요청서(RFP)와 늘어나는 과업지시 등 분쟁 원인을 법·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LG CNS·SK주식회사 C&C 등 국내 주요 IT서비스기업 17개사가 2017년 말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진행 중인 소송은 총 114건이다.
금융·공공사업에서 철수한 삼성SDS를 제외한 주요 IT서비스 대기업도 공공·금융기관 등과 소송을 벌였다.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LG CNS가 8건 이상, SK(주) C&C가 3건, 포스코ICT가 16건, 롯데정보통신 4건 소송에 원·피고로 참여했다.
소송유형은 계약 불이행 또는 불완전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가 39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보시스템 납품 이후 대금 미지급을 근거로 한 용역이나 물품대금 청구가 각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반환청구(각 6건), 배당이익(5건), 부정당업체제재처분취소(4건) 등의 이유로 송사가 발생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중 IT서비스기업이 피고인 경우는 39건 중 8개사 33건, 용역대금·물품대금청구와 부당이득반환 소송 26건 중 피고인 경우는 19건이다. 공공SW사업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체제재 처분에 관한 취소소송 4건 외에도 국가·지자체·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소송 중 9건은 원고로, 11건은 피고로 송사에 임하고 있다.
업계는 도급 기반 용역계약이 대부분인 IT서비스산업 특성상 불명확한 RFP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과업지시가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심이 진행된 롯데정보통신·국방전산정보원간 소송처럼 발주기관의 잘못된 안내로 시작된 소송도 있다. 최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발주가 늘어나면서 관련 소송도 제기됐다.
SW정책연구소는 수주기업 전문성 부족과 발주기관 빈번한 요구사항 변경 또는 추가가 겹쳐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SW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소송 승패도 중요하지만 소송을 당하는 것은 사업에서 중대한 위험요소”라며 “IT서비스기업은 사업 참여결정 과정과 구축단계에서 법률적 위험요소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 여러 건을 진행 중인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업계 스스로 개선책 마련 등 자정활동도 당부했다. 실제 건수 기준 1위 기업이 24건, 2위는 22건, 공동 3위인 두 개 기업이 각각 9건의 소송에 휘말리는 등 상위 네 개 기업이 전체 소송 과반을 차지했다.
업계는 SW산업진흥법 전면개정안 빠른 처리와 관련 대통령령 제·개정 시 명확한 기준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국회 계류 중인 법 개정안 제37조(공정계약의 원칙)에는 계약 목적과 범위, 계약기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계약서에 분명히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사업 수행 중 일부 기업 잘못도 있지만 부족한 예산, 불명확한 RFP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라며 “국가계약법·SW사업대가 산정에 기준한 예산 책정 등 수주기업과 발주기관 간 분쟁 소지를 줄이도록 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