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부터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로 시행되지만 교과서 미비로 초등학교 6학년만 SW 교육을 받는다. 정부가 올해 SW 교육 전면 의무화를 외쳤지만 실상은 준비 미흡으로 구호에만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새학기 초등학교 실과 교과서 가운데 6학년 교과서에만 SW 교육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2015년에 개정한 교육 과정에 따라 초등학교는 올해부터 5학년 또는 6학년 실과 수업 시간에 SW 교육을 17시간 이상 의무로 실시한다. 학교별로 초등학교 5학년 또는 6학년 대상으로 선택해서 SW 교육을 시행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은 실과 시간에 SW 교육을 받지 못한다. 교과서 출판사가 5학년 실과 교과서에 SW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출판사가 교과서 내용을 재량껏 판단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7시간 내용을 5학년과 6학년에 쪼개 담기가 어려워 6학년에 몰아서 (SW 교육) 내용을 담은 것 같다”면서 “출판사가 판단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조정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과서에 내용이 없어도 창의적 체험 활동, 방과 후 수업 등에서 SW 교육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서 “학교마다 재량껏 SW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교과서 여부와 관계없이 SW 교육은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중학교에 이어 올해 초등학교까지 SW 교육 의무 대상을 넓혔다. 중학교는 '정보' 교과를 별도로 편성, 체계적 SW 교육이 이뤄진다. 교육계는 현 체계대로면 초등학교 SW 교육 의무화는 말뿐인 구호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김갑수 서울교대 교수는 “2015년 교과 과정 개편 당시에도 초등학교 5·6학년이 아니라 전 학년으로 SW 교육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지금 상황은 오히려 6학년만 SW 교육을 받게 된 꼴”이라면서 “교과서는 공교육의 기본인데 교과서에 내용조차 담지 않은 상황에서 방과후 교실이나 창의적 체험 활동을 언급하는 것은 공교육 기반을 제대로 조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7시간이라는 적은 시간을 배정하다 보니 수업 내용을 한 학년에 몰아넣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5학년 대상으로 SW 교육을 진행하려는 학교 수요를 파악, 교과서를 대신할 교재나 자료를 배포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SW 교육이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재와 전문 교사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올해 초등학교 SW 교육이 의무로 실시되지만 일선 현장에서 전문성 있는 교원과 교재가 마련돼 있지 않아 본래 제도 취지가 바랬다”면서 “정부는 전담반을 확대 편성해서 SW 교육 질적 향상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하고, 국회에 발의한 SW교육지원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