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3>창업가의 과욕으로 비틀대는 유니콘 '아웃컴헬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3>창업가의 과욕으로 비틀대는 유니콘 '아웃컴헬스'

기업 가치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미국 의료 산업 분야 유니콘 '아웃컴헬스'. 이 기업은 청년창업 전형의 성공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2017년에 골드만삭스, 구글의 캐피털G, 시카고 주지사 후보이던 제이 프리츠커의 펀드, 프리츠커 그룹 등으로부터 5억달러에 가까운 투자를 받았다. 그루폰에 이어 시카고에서 가장 큰 규모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회사 기원은 컨텍스트미디어. 10여년 전에 창업자 리시 샤, 그의 친구 데릭 묄러가 시카고 명문 대학 노스웨스턴에 재학할 때 창업한 회사다.

묄러와 샤는 이 대학에서 윌리엄 화이트 교수의 '엔지니어링과 창업'이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의료 정보를 활용한 광고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두 젊은이가 의료 정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모두 가족이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년 창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신의 주변 문제가 창업 아이디어이자 사업을 추진하는 열정의 엔진이 되는 경우다.

두 젊은이가 사업 계획을 세우자 이들의 열정에 반한 화이트 교수는 설립 초기에 이사로 참여했다. 사업 모델은 병원에서 환자가 머무는 시간에 그들이 궁금해 할 양질의 의료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제약회사, 의료 관련회사는 광고를 판매한다. 환자가 대기하는 시간에 대형 화면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 주로 질병 관련 정보다. 의사가 환자와 진료하는 시간에도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함께 보면서 상담한다.

두 젊은이는 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이클 델 등이 걸은 길이다. 사업 초기에 계획을 함께 논의한 슈라드하 아가르왈이 합류하면서 초기의 핵심 인력이 완성된다. 묄러는 재무와 내부 운영, 아가르왈은 마케팅 전략, 샤는 영업에 각자 능력을 발휘하고 서로를 보완했다.

이들이 첫 고객을 확보하기까지는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자신에게 익숙한 당뇨병을 다루는 내분비 전문 의사 상대로 사업을 전개했다. 2010년 수백개에 불과하던 고객 병원을 2016년에는 1만개 이상으로 확대했다. 거대한 병원 체인을 고객으로 유치하면서 회사는 급성장했다. 2016년에는 경쟁회사 액센트 헬스를 인수하면서 지금 사명으로 개명했다. 2016년 매출은 2000억원에 이른다.

아웃컴헬스는 이 같은 배경으로 성장하면서 시카고시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혜택도 받았다. 고용을 늘리는 조건으로 세금 감면 혜택 대상 기업이 됐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18년에 회사가 광고 효과를 과대 계산해서 고객을 속였다는 혐의가 제기되자 투자자가 사기죄로 샤, 아가르왈을 제소하면서 법정 분쟁에 휘말렸다. 자세하게는 회사가 광고주에게 소비자가 광고에 노출되는 수와 빈도를 속여 왔다는 혐의다. 법정에 제기된 증거에 따르면 병원 대기실에서 광고를 보고 있는 사진 등은 사실 이 회사 직원 사무실의 화면을 이용해 편집한 가짜였다.

이 분쟁으로 인해 최고경영자(CEO)는 퇴임하고, 그들이 받기로 한 투자금은 회사에 귀속됐다. 이 사태는 있지도 않은 신기술을 자랑하며 의료 산업의 총아로 주목받다가 사기 행각이 들통 나는 바람에 실리콘밸리를 떠들썩하게 한 테라노스 사건과 함께 절제하지 못한 욕망을 추구한 젊은 창업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라는 유혹에 빠진 적 없는 청년 사업가의 무리수가 창업 생태계 전체를 흐리는 일이 최근 잦고 있다. 윤리 경영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사업의 기본이라는 것이 아웃컴헬스 이야기 교훈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