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노조 장기간 파업으로 협력사 고통 가중”

르노삼성자동차가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이 지연되자 납품 협력사들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는 9월 위탁생산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 후속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차와 협력사들이 모두 줄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노조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대표 도미닉 시뇨라)는 지난 27일 르노삼성차수탁기업협의회, 부산상공회의소 등이 공동으로 노사간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 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수탁기업협의회는 르노삼성차 협력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다. 부산상공회의사와 협의회는 총 152시간에 달하는 파업으로 협력업체들과 부산·경남 지역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고 우려했다.

협력업체들은 본격 파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휴업과 단축근무가 지속되면서 인력 이탈은 물론 11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호소했다. 많은 중소 및 영세 협력회사들이 자금난 심화로 사업 존폐 기로에 몰렸고 근로자들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며 노사 협조를 요청했다.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는 적시공급(JIT) 시스템으로 공장을 운영한다. 부산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기면 협력업체 생산도 멈출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원청이 한번 파업을 할 때마다 우리 회사는 5000만원씩 직접적인 손실을 입는다”며 “다음달 8일까지 임단협 결론이 나지 않아 신차 물량 확보가 불투명해 지면 회사 경영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1차 협력업체는 전국 260곳으로 이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 협력업체 종업원 수만 6만4000명에 달한다. 부산·경남 지역에 위치한 협력업체는 90곳으로 매출규모는 1조2000억원이다. 이는 전체 협력업체 매출의 55%다.

박인호 부산시민단체 대표는 “르노삼성차 협력업체가 부산·경남 지역 1만2000명이상의 지역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며 “소모전 양상의 노사대립이 지속되면 그만큼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6년 닛산 로그 북미 수출 첫번째 선적식 행사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2016년 닛산 로그 북미 수출 첫번째 선적식 행사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한편 르노삼성차는 오는 9월 위탁생산 계약이 만료되는 '로그' 후속 차종에 대한 수주 가능성도 녹록치 않다. 로그는 2014년 8월부터 지금까지 50만대 이상 위탁 생산해서 미국에 수출된다. 로그는 연 평균 12만~13만대 가량 생산돼, 르노삼성차 전체 생산량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로그와 같은 볼륨을 수주하지 못하면 '리바이벌' 프로그램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2017년 글로벌 자동차 공장 8위에 해당하는 높은 생산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졌다. 또 엔저로 일본공장 생산원가 하락도 르노삼성차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게다가 협력업체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노조는 3월8일까지 임단협을 마무리 짓자는 회사 측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