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미국 액상 전자담배 '쥴 랩스'와 유사한 방식의 폐쇄형시스템(CSV) 전자담배를 이르면 4월 중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
국내 CSV 전자담배 시장 선점을 노린 조치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BAT코리아 '글로'보다 늦은 출시로 초기 수요를 내준 KT&G다. CSV 전자담배에서는 경쟁자보다 빠른 출시로 시장 주도권 확보를 꾀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빠르면 4월 중 미국 액상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 '쥴 랩스'와 같은 타입인 CSV 전자담배 신제품을 출시한다.
쥴 랩스는 이미 국내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보다 빠른 출시로 관련 수요를 조기에 흡수한다는 목표다. 쥴 랩스는 지난해 12월 한국법인 쥴랩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한국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KT&G는 신제품 출시를 위해 2월 특허청에 △릴 팟키트(lil podkit) △podkit △CIID △Siid 등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상표권이 CSV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액상 팟이 표현된 만큼 업계에서는 신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시장 성장성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적절한 대응 전략을 펼칠 것”이라면서 “제품 출시를 위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지만 출시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개막 이후 KT&G는 △릴 △릴 플러스 △릴 미니 △릴 하이브리드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다만 그동안은 외국 회사가 유사한 제품을 국내에 출시한 후 후속 대응 중심이었다. 이번 CSV 전자담배에서는 경쟁사보다 앞서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CSV 전자담배는 별도의 액상 제조·충전 및 코일 교체가 필요 없는 액상형 교체식 전자담배다. 혼합 액상 팟만 갈아 끼우는 방식을 따르면서 사용법이 간편한 것이 장점이다. 디자인 역시 이동식저장장치(USB)와 유사한 형태로 작고 심플하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비교할 경우 특유의 찐 맛이 없고, 기기 청소도 필요 없다. 별도의 버튼과 가열 시간 없이 흡입만으로 흡연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출시를 기대하는 흡연가가 적지 않다.
쥴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흡연자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즐기는 전자담배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하카 시그니처 △비엔토 △클론 △픽스엔디에스 등 CSV 전자담배가 출시돼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초기인 만큼 기존 궐련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에 이어 CSV 전자담배 시장이 본격 열릴 경우 국내 담배 시장 구도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본격 판매된 이후 지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은 34억7100만갑으로 2017년 35억2300만갑보다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7900만갑에서 3억3200만갑으로 급증하며 시장점유율이 9.6%까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시장 구도와 업계 순위가 큰 변화를 겪었다”면서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 1위 KT&G가 CSV 전자담배에 선제적으로 나선 만큼 향후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