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해 자율주행차 실증도시 'K시티' 개관, '서울~평창' 자율주행 시연, 5G 자율주행 시범 운행 등 많은 노력에도 자율주행 준비 수준이 전년보다 하락했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는 상위권에 올랐지만 소비자 수용성, 정책·제도에서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은 탓이다.
3일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KPMG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2019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종합점수 19.79점으로 25개 평가 대상 국가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이는 20.72점으로 10위에 오른 지난해보다 세 계단 떨어진 순위다.
평가 항목별로 우리나라는 △기반시설 6.23점(4위) △기술·혁신 3.92점(7위) △정책 및 제도 5.71점(16위) △소비자 수용성 2.18점(19위)를 기록했다. 기반시설은 지난해보다 0.9점 떨어졌지만 4위를 유지했다. 기술혁신은 0.32점 상승해 2계단 올랐다. 하지만 정책 및 제도는 전년 대비 2계단(0.07점↓), 소비자 수용성은 무려 8계단(2.2점↓)이나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4G 통신 시스템 서비스 범위가 세계 최고로 나타났다. 실제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96%에 4G LTE 통신망이 깔려있다. 4G 통신망을 활용한 자율주행 구현에 최적 인프라를 갖춘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망을 구축한 자율주행차 실증도시 'K시티'를 준공해, 관련 인프라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자율주행 관련 업계 파트너십 부문에서도 미국,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과 함께 최고 수준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기술 전문 기업도 해외 업체와 협력을 구축했다. 현대차그룹, SK텔레콤은 수천억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또 인구당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 건수도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 관련 입법 절차, 법률 시스템 효율성 부문에서 브라질,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 자율주행 선진국과 달리 '레벨3' 자율주행차 시범 운전만 허용하는 규정으로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국내 자율주행차 시험이 진행되는 지역 인구 밀도는 2%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본사도 거의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단순히 기업 숫자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자율주행 관련 기술·산업을 발전시킬 만한 '클러스터'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 대부분이 자율주행 원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고, 글로벌 기술 기업은 국내에 R&D 투자를 거의 안하고 있다.
김효진 삼정KPMG 인프라산업 리더 상무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규제를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준비가 잘된 나라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네덜란드로 나타났다. 2위도 지난해와 동일한 싱가포르였다. 미국은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스웨덴은 4위에서 5위로 하락했고, 올해 처음 등장한 노르웨이, 핀란드, 이스라엘은 각각 3위, 6위, 14위를 기록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