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예고한 대로 4일 유치원 개학 연기를 강행하기로 했다. 사상 초유의 유치원 대란이 우려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유총과 정부가 집계한 개학 연기 유치원 수가 900곳 넘게 차이 나 학부모 혼란이 가중됐다. 정부는 통보 없이 개학을 연기하는 사태를 대비해 모든 사립 유치원에 4일 오전 7시부터 행정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한유총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조사 결과 개학 연기 동참 유치원이 1533개원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3일 12시 기준 381개원이 개학을 연기하고 233개원이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유총 발표와 919곳 차이다.
교육부·교육청이 집계하는 숫자는 1일 164개원에서 2일 190개원으로, 다시 3일 381개원으로 늘어났다.
한유총과 집계 숫자 차이가 너무 큰 데 대한 지적이 일자 교육부와 교육청은 모든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4일 별도 통지 없이 개학을 연기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사립유치원에 오전 7시부터 행정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교육지원청, 주민센터 및 파출소 직원이 3인 1조로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긴급돌봄이 필요한 유아는 대체 돌봄기관으로 수송한다.
교육부는 한유총에, 한유총은 교육부에 각자 집계 숫자가 허구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한유총이 어떠한 유치원들이 개학연기에 참여하고 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단순 지역별 참여 숫자만 예시해 놓았다”고 지적했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숫자라는 것이다. 또한, 미참여 원장들에게 단체 행동을 강요받아 참여한다고 전했다. 한유총은 “유치원이 (교육청의) 압력 때문에 실제 밝히지 못하고 있다”면서 “4일이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2일 관계부처 장관, 지자체장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회의에서 개학연기 유치원생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약속했지만,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가 파악한 숫자대로 돌봄서비스를 준비하면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는 맞벌이 부부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치원 개학 연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형사고발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한유총이 초유의 개학 연기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정부는 이들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한유총이 요구하는 시설사용료 등 수익을 인정하면 사립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민간 요양시설 등 공적인 목적에 기여한 수많은 사립이 보상을 요구하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이 총리는 “법령을 무시하고 개학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정부는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수도권교육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개학연기는 명백한 불법으로, 주도한 유치원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참여한 유치원도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경고하고 “4일 개학연기를 강행하면 즉각 법에 따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이 집단휴업(개학연기)을 철회하고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유총에게도 퇴로는 없다. 한유총은 '에듀파인' 도입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사유재산인 사립유치원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한유총은 “유치원 설립 때 최소한 30억원 이상 개인자산이 소요되었으며 대부분 친인척, 동료, 금융기관 차입금 등으로 설립됐다”면서 “설립비용에 대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회계처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유치원은 토지용도가 제한되어 있고 현행법상 1원 한 푼 수익을 가져갈 수 없으며, 폐원도 학부모 3분의 2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므로 사유재산 사용, 수익, 처분이 사실상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유총이 강경 카드를 꺼낸 것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립유치원이 많기 때문이다. 원장 월급 한도가 없기 때문에 설립자와 원장이 같은 경우, 월급으로 투자 수익을 가져갈 수 있으나 원장과 설립자가 다른 경우에는 한유총이 주장하는 '설립비용에 대한 부상'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5일 국회 앞에서 가진 총궐기대회에는 3만 여명(경찰 추산 1만 1000여명)이 참석했다. 사유재산에 대한 행사가 제한된다는 위기의식에 단체 행동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학부모와 학생을 볼모로 한 상황에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전교조, 전국사서교사노조, 전국중등교사노조 등은 유치원 개학 연기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바른미래당은 대화 중재자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임재훈 의원은 “한유총은 개학 연기 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교육부는 한유총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유한국당도 유치원의 개학 연기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대신 교육부가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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