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수수료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는 현대차가 이달 10일부터 5개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납득할만한 근거 없이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4일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수수료율 인상을 적용한다는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통보에 두 차례 이의제기 공문을 통해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수수료율을 정한 뒤에 소급해서 적용하자는 제안이 포함됐다.
반면에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1일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했고, 현대차는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다만 현대차는 유예 기간과 해지 후에라도 카드사들이 요청하면 수수료율을 협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차는 BC·NH농협·현대·씨티카드와는 기존 수수료율 유지한 채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약 해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들에 수수료율에 대한 근거자료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1일부터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며 “일부 카드사 계약 해지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주의 유예를 두고 10일부터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11일부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5개사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기아차 역시 BC·NH농협·현대카드와는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GM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받고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카드사의 마케팅 때문에 선택 차종을 바꾸거나 브랜드를 바꾸는 사례를 들어본 적 없다”며 “오히려 카드사들이 건당 최대 수천만원까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자동차 고객을 유치하려고 자체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만큼 카드사의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자동차사가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