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시리즈로 시각장애인 디지털 접근성은 높이고, 점자 문맹률은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안재우 브레일리스트 대표는 시각장애인 보조공학기기 개발로 한 우물을 파왔다. 안 대표는 KAIST와 포항공대를 졸업한 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컴퓨터 공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브레일리스트 '리보' 시리즈는 스마트폰을 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휴대용 디바이스다.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제한된 기능만을 사용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접근성 기능을 꾸준히 보강했지만 일반인이 쓰는 수준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조작이 매우 복잡하고 보조기능을 쓴다고 해도 속도가 매우 더디다. 특히 전면이 매끄러운 스크린으로 채워져 물리버튼이 있었던 피처폰 시절보다 오히려 진입장벽은 높아졌다.
리보는 시각장애인이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휴대용 자판이다.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한다. 실제 자판이 있어 편리하게 타이핑할 수 있다. 진동 알림을 탑재했고 스피커를 통해 화면 내 텍스트를 읽어준다. 마이크로 통화기능과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한다.
리보 개발 계기는 우연했다. 그는 “2011년 해외 전시회에서 만난 한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쓰기 불편하니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구를 개발하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이 출발이 됐다”면서 “당시 반신반의하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첫 결과물이 2012년 출시한 리보1이다. 시장에는 스마트폰 보조공학기기 자체가 거의 없었다. 제품 입소문이 돌면서 국내외에서 수년간 주문이 이어졌다. 브레일리스트는 꾸준한 기술개발을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기능을 대거 보강한 리보2를 출시했다.
그런 안 대표에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손을 내밀었다. KOICA 지원을 받아 올해 초 점자사전인 '리보 딕셔너리'를 개발했고, 콜롬비아에 100대를 기증했다. 리보 딕셔너리는 90%가 넘는 시각장애인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개발됐다. 선진국인 미국도 점자 문맹률이 93%, 한국은 95%에 달한다. 리보 딕셔너리는 사용자가 점자를 입력하면, 음성으로 점자 뜻을 알려준다. 현재는 스페인어와 영어만 지원하지만 향후 지원 언어를 확장한다.
안 대표는 올해 5월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의 파서빌리티즈 포털(Possibilities Portal)에 리보 시리즈를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 유력 이동통신사와도 리보 시리즈 납품을 논의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 한우물을 파면서 국제 인지도가 차츰 축적된 결과다.
그는 “리보 시리즈를 고도화해 시각장애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꼭 필요한 디바이스를 꾸준히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