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무기한 개학 연기라는 초강수를 하루도 안돼 철회했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이탈 유치원이 속속 나타난 데다 '개학연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4일 오후 “한유총의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개학연기' 준법투쟁을 조건 없이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유총은 기습적으로 개학 연기 투쟁을 선포했다. 효과는 크지 않았다. 한유총은 3일까지 1533곳이 무기한 개학연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교육부 집계결과 3일 23시 기준 365개원이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나마 밤사이 126개원은 정상운영으로 전환했다. 4일 개학연기에 참여한 사립유치원은 239개원, 전체 사립유치원 규모 대비 6.2%에 지나지 않았다.
학부모가 우려했던 돌봄 공백도 크지 않았다. 정부는 개학 연기를 선언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개학연기에 동참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사립유치원에 행정인력을 보냈다. 교육지원청, 주민센터 및 파출소 직원이 3인 1조로 배치돼 돌봄 공백을 대비했다.
개학연기에 동참했던 유치원들도 자체 돌봄을 제공했다. 시·도교육청에 돌봄서비스 신청은 821건이지만 유치원 자체돌봄 덕에 실제 정부 돌봄서비스를 받은 유아는 308명이다. 자체돌봄을 제공해도 정상 교육과정을 이행하지 않아 형사고발 대상이지만, 검찰 수사나 판결 과정에서 정상 참작이 될 수 있다.
1일 시·도교육청이 파악할 당시 응답을 하지 않은 곳이 1300개원이 넘었으나, 총리까지 나서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면서 판이 달라졌다. 시정명령을 거쳐 5일에는 현장 확인 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탈 유치원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학연기나 집단 휴업과 같은 한유총의 집단행동은 2016년과 2017년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정부가 한유총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철회한 것으로, 이번과 다르다.
정부는 초기 사태 파악에는 미흡했으나,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대응했다. 2017년 한 차례 사태를 겪은 것도 학습효과로 돌아왔다. 정부의 돌봄 체계는 매뉴얼대로 돌아갔고, 여론까지 등에 업은 정부는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정부는 에듀파인 도입 등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유총의 대화 요구에도 조건부 대화라면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여전히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 소속 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한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예고한대로 한유총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의 '백기 투항'에도 4일 개학연기 사례가 나타난 만큼 예고대로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 교육청은 이달 중 한유총에 취소를 사전 고지할 예정이다.
교육부 역시 당초 방침대로 추진한다. 5일 예정대로 현장 점검을 한다. 한유총의 집단행동 강요 정황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26조에 따른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위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다. 200인 이상 대형 유치원 대상으로 한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도 그대로 추진한다. 실제 도입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을 감안해 1~2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에듀파인 도입을 하지 않은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30조에 따라 시정명령 등을 거쳐 정원 감축 등 행정조치에 들어간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