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민간-정부 역할 재설정 필요…성장-일자리-복지 선순환 모색해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민간과 정부 역할을 재설정해, 성장과 일자리는 민간이 맡고, 정부는 파격적 탈규제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의 산하 싱크탱크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콘퍼런스는 지난해 출범한 대한상의 SGI가 개최한 첫 공식 행사다. 콘퍼런스 주제는 '우리경제, 이제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다.

당초 그는 행사현장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형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로 불참했다. 대신 서면 인사말을 통해 △접근방법 △민관역할 △재정플랜에서 시각을 전환, 저성장과 양극화 등 한국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자고 피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가 6일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이 우리 경제, 이제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가 6일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이 우리 경제, 이제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박 회장 제언처럼 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은 주제 발표에서 △성장과 일자리는 민간혁신으로 견인, 정부는 촉진자 역할 수행 △민간혁신 기반 성장, 재원은 직접재분배 △사회안전망 확충 통한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성장·혁신, 일자리, 복지·재정 선순환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서 원장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질수록 분배지표는 악화됐다.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90년대에는 소득불평등지수가 비교적 낮았지만, 최근에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소득불평등지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성장과 일자리는 민간혁신이 원천인 만큼 국내 신사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산업의 예로 우버와 에어비엔비, 리프트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소개했다. 정부는 이 같은 신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혁신비용을 분담하자는 게 서 원장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성장과 고용 면에서 기존산업은 부진하고 신산업은 성장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산업이 미약하다”며 “민간혁신 노력과 함께 규제개혁, 이해갈등 조정,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뒤바뀌는 혁신 과정에서 증가하는 노동 이동성은 사회안전망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직적이고 불안정하다. 사회안전망 확충이 두 문제를 푸는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또 정부는 지속 가능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기술발전으로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는 만큼 적극적 재분배 정책을 구사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복지지출 합리화, 복지재원 현실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현재 한국의 복지 지출 규모는 OECD 평균 절반 수준이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20년 내 OECD 평균인 21%를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복지지출을 '타겟팅 복지' '생산적 복지' 중심으로 합리화하고 장기적으로 현실적 재원 마련 방안에 국민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