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기록저장장치(VDR)는 항해 기록이 담긴 블랙박스다. 사고 원인을 규명할 때 당시 상황을 밝히는데 유효하다. 해난 사고 조사를 통해 동일한 해난 사고를 방지 또는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선박 위치, 속도, 침로, 선교 근무자 음성, 통신기 음성, 레이더 자료, 수심, 타 조작 내역, 엔진 사용 내역, 풍향, 풍속,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 관련 자료가 기록된다. 선박이 침몰하면 자동으로 해수면 위로 올라오도록 설계됐다.
1980년 말 벌크선 침몰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기록과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994년 9월 발틱해에서 900여명이 사망한 로로 여객선 '에스토니아호'의 전복 사고를 계기로 여객선 탑재가 우선 추진됐다.
기록저장장치와 외부컴퓨터에 정보를 재생할 수 있는 장치로 구분돼 있다. 저장 이송을 위해 CD롬 USB 등을 이용한다. 브리지와 거주 구역에 메인장치, 전원장치 설비를 갖춘다. 회수가 용이한 장소에 이동식 저장 기록이 보관돼 선박 사고 후 회수해서 기록을 분석한다.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 의거해 2002년 7월 1일 이전에 건조된 선박은 간이형선박항해기록장치(SVDR)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후 건조된 선박은 여객선, 로로 여객선, 총톤수 300톤 이상 선박, 2000톤 이상 선박 등에 대해 각각 설치 기준일을 정했다.
최근 러시아 화물선 시그랜드호가 부산 남구 용호항 화물부두에서 출항한 직후 인근 계류장에 정박하고 있던 요트 등 선박 3척과 접촉 사고를 내고 이어 광안대교 하판을 들이받으며 화제가 됐다. 해경은 화물선 내 VDR와 방범용 카메라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