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첫 유치한 국제기구 녹색기후기금(GCF)이 '재정바닥' 위기에 처했다.
GCF는 연간 세 차례 이사회를 열어 지원할 녹색사업과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데 당장 올해부터 지원액을 크게 줄여야 할 판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자국우선주의 영향으로 선진국이 재원 공여에 소극적일 수 있어 추가 재원 마련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다.
1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GCF가 최근 올해 첫 이사회를 열어 9개 녹색사업 지원(지원규모 총 4억4000만달러)을 결정하면서 활용 가능한 재원은 약 12억달러가 남았다.
그동안 GCF가 한 번의 이사회에서 총 10억달러 안팎 녹색사업 지원을 결정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승인한 지원사업 규모는 이례적으로 작다. 평소보다 상정된 사업 규모(10개 사업, 총 5억4000만달러)가 작았고, 그나마 GCF 이사회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한 건은 철회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재원이 부족해 올해 추가로 이뤄질 두 차례 이사회에서도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한 수준의 지원밖에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연내 추가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사업 지원 자체가 어려워진다.
2013년 GCF 출범 당시 목표를 고려하면 크게 초라한 성적이다.
당초 GCF는 2020년까지 1000억달러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43개국이 2018년까지 총 103억달러 공여만 약속했고, 그나마도 실제 모인건 약 70억달러다. 미국이 30억달러 공여를 약속했지만 20억달러를 철회한 영향이 컸다. 다른 일부 국가도 공여하기로 한 돈을 납부하지 않았고, 달러-유로 환율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추가 재원 마련이 시급하지만 전망이 어둡다.
현재까지 추가 공여를 약속한 국가는 독일이 유일하다. 작년 말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독일은 GCF에 2년간 8억5000만달러를 공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국가는 아직 공여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파리협정(2020년 이후 적용할 새로운 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미국은 추가 공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추가 공여가 이뤄지긴 하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GCF 재원은 결국 선진국에서 나오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 자국우선주의 확산 등 영향으로 전망이 어둡다”면서 “다만 GCF에 관심을 보이는 개별 기업이 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적더라도 추가 재원은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GCF는 다음 달부터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한 실무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20~2023년 GCF 운용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 실무 논의가 4월부터 시작된다”면서 “10월 고위급 회의가 있어 8~9월이면 추가 재원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재원 마련을 두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수준은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