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결자문사 '글래스 루이스', 엘리엇 반대하고 현대차 손 들었다

미국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가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 제안에 반대하고 대신 회사 측 제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에게 권고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이 과도해 현대차 미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로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전자신문 DB)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전자신문 DB)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래스 루이스는 의결권 자문 보고서에서 엘리엇의 주주제안으로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등 현대차 사측과 의견이 엇갈린 주총 의안에 대해 모두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이달 22일 주주총회에서 안건에 대해 최종 결정한다.

우선 글래스 루이스는 배당 의안에 대해 사측이 제시한 1주당 3000원(보통주 기준) 지급에 '찬성'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1주당 2만1967원(보통주 기준)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금 수준은 현대차 소액주주 지분율이 2017년 말 기준 53.03%라는 점을 고려하면 2조5660억원 규모다.

글래스 루이스는 보고서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R&D 비용과 잠재적 M&A 활동이 요구될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사외이사 선임 의안은 사측이 제시한 윤치원, 유진 오, 이상승 등 세 명의 후보에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에 엘리엇이 제안한 존 리우, 로버트 랜달 맥긴, 마가렛 빌슨 후보에는 모두 '반대'했다. 또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달라던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 측은 “사측이 제시한 사외이사들은 주주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서 “최근 회사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투자 분석, 자본 관리, 기업 거버넌스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보유한 후보들이 이러한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글래스 루이스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힌다. 이번 권고로 현대차 측 제안이 주주 관점에서 훨씬 더 설득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감사보고서 등 감사 완료에 대한 명확한 공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글래스 루이스는 회사가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인 이원희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에 대해서도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겸직, 이사회 독립성 필요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3월 7일 감사 완료 시점에 맞춰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면서 “감사보고서 공시 이전에 이번 리포트가 작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글래스 루이스 '현대차 주주총회 의결권' 권고 주요 내용>

美 의결자문사 '글래스 루이스', 엘리엇 반대하고 현대차 손 들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