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후속 물량 배정 어려워진 르노삼성차…'AGAIN 2012' 불가피

르노삼섬자동차 노사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본사가 정한 '데드라인'까지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닛산 '로그(ROGUE)' 위탁생산 후속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최악의 경우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량은 현재 절반 수준인 10만대 규모로 줄어들고, 수백명에 달하는 '구조조정' 우려가 커졌다.

노조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노조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10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지난 5일부터 8일 늦은 밤까지 2018 임단협 집중교섭을 4차례 진행했지만,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사측은 지난 8일 20차 본교섭에서 총 1720만원(실적 인센티브 1020만원+원샷보너스 7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2차 수정 제시안을 제안했다. 또 인력 충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 중식 시간 연장 등 근무 강도 개선안과 함께 배치 전환 프로세스 개선안도 제시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을 10만667원 올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자기계발비를 2만133원 인상하고,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또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 등에 대한 인사 경영권의 합의 전환 요청 등을 협상 막판에 의제로 제시하며 사측의 수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현재 협의로 돼있는 인사경영권을 노조 합의로 전환 요구한 것은 2012년 '리바이벌 플랜(회생계획)' 후 지금까지 개선해 온 우수한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는 향후 수출 물량 확보 경쟁에서의 경쟁력 저하, 궁극적으로 부산공장의 고용 안정성까지 위협하게 만드는 사항”이라고 했다.

르노삼성차는 20차 본교섭까지 결렬되면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부회장이 정한 '데드라인'을 넘기게 됐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부산공장을 찾았을 당시 3월 8일까지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하면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노삼성차는 오는 9월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된다. 후속 차종 배정에 대해서는 본사 측에서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연간 생산량. (출처=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연간 생산량. (출처=르노삼성자동차)

로그는 2008년 이후 경영상태가 악화된 르노삼성차를 다시 살아나게 해준 차량이다. 르노삼성차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매년 수천억원 적자, 신형 SM5 흥행실패, 신형 SM7 판매부진 등의 경영위기를 겪었다. 2012년에는 본사 차원에서 '리바이벌 플랜' 일환으로 1000여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도록 했다.

로그는 부산공장 위탁생산을 시작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3.1%에 해당하는 51만대를 생산했다. 르노삼성차가 본격적으로 경영정상화에 접어든 2016년에는 전체 수출물량의 93.2%가 로그였다. 하지만 오는 9월 이후 로그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산공장 생산량은 2013년(12만9000여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또 수백명에 달하는 생산인력 감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노조가 42차례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총 1780억원에 달하는 생산손실을 입었다”면서 “노사분규가 길어질 수록 양측이 입는 피해는 커지고, 경영 위기뿐만 아니라 협력사까지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그' 후속 물량 배정 어려워진 르노삼성차…'AGAIN 2012' 불가피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