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등의결권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주주이익이나 경영실적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018년 3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비금융기업 78개사를 대상으로 경영성과를 비교한 결과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10개사가 미보유 68개사보다 경영지표 증가율이 더 높았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차등의결권이 주주권익을 훼손한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차등의결권 보유기업의 주주들은 미보유기업 주주보다 더 많은 배당수익과 주당이익 증가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측은 “경영진에게 미래 장기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지배구조와 헤지펀드들의 무분별한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을 확보한 것이 경영 성과를 가른 요인들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기업의 지난해 총매출은 2008년보다 44.1% 증가해 같은 기간 미보유 기업의 증가율(27.0%)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은 보유기업이 358.4%로 미보유 기업(92.5%)의 약 4배 수준이었다.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보유기업이 155.8%로 미보유 기업(48.5%)보다 높았고, 부채비율 증가율은 20.7%로 미보유 기업(178.0%)보다 낮아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월한 경영실적을 보였다. 또 차등의결권 보유기업의 주주들은 미보유 기업의 주주보다 배당금을 더 많이 받는 등 주주권익 측면에서도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10년간 배당금 증가율은 보유기업이 118.4%로 미보유 기업(55.2%)의 2배였고,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주식을 포함한 희석주당이익 증가율 역시 보유기업(287.1%)이 미보유기업(142.7%)보다 높았다.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들은 배당금 규모와 '희석주당이익(Diluted Earning Per Share)'도 큰 폭으로 늘면서 주주에게 이익을 실현시켜 줬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면서 10년 전보다 14.7% 감소했다.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들은 높은 수익과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을 늘리면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보유 가치도 높이는데 주력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경영권 방어 수단들이 상당수 제거됐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해외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거세지는 만큼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도입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 10개사>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