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충격 후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기업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국을 벌인 지 불과 3년 만에 AI 스타트업 500개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원천 기술 확보와 상용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관련기사 5면>
12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알파고가 등장한 2016년 이후 국내 AI 스타트업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한국정보화진흥원 의뢰를 받아 수행한 '우리나라 인공지능 수준 조사연구'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거나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로켓펀치에서 검색된 AI 스타트업은 465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영상 판독 작업에 AI를 적용했다. AI와 헬스케어 만남은 구글 등 다국적 기업이 선도하는 분야로, 상용화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점쳐진다. 구글은 이미 안과질환 환자 눈 상태를 AI 기술로 판가름하는 수준에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양적 증가와 별개로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스타트업 대부분은 데이터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각종 규제가 기술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AI 주제 논문 수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세계 논문 가운데 한국 점유율은 2017년 기준 2.69%다. 2013년 4.02%, 2014년 3.23%를 기록한 이후 줄곧 2%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천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는 이미 밀렸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대부분 오픈소스를 활용한 알고리즘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천 데이터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I 스타트업 80% 이상은 데이터 수급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이사는 “2017년 AI 분야 정부 과제, 지원 사업이 급격히 늘면서 관련 스타트업이 급증한 것”이라면서 “알파고 이후 높아진 AI 관심이 국내 산업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AI 시장은 2016년 5조4000억원에서 2017년 6조4000억원, 2018년 7조5000억원, 2019년 9조1000억원, 2020년 11조1000억원 등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