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시 산정한 기업 가치가 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의 공정가치로 인정받게 된다. 최근 영업실적이나 경쟁관계 등의 정보 부족으로 가치평가가 어려웠던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의 시장가치(가격) 산정과 회계 반영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8일 비상장주식 취득 원가를 공정가치 평가 시에도 인정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비상장주식 공정가치 평가 관련 회계심사방안'을 제시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9) 도입에 따라 불명확했던 피투자기업에 대한 감독 기준이 확립되면서 VC와 상장기업의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행된 금융자산에 대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이 보유한 비상장주식 등 모든 지분은 시장가격에 준한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은 최근 영업 실적이나 유사 비즈니스 모델 등 정보 부족으로 공정가치 측정이 어려워 VC 등 투자기업이 회계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금감원은 회계 심사시 초기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의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는 원가를 공정가치의 추정치로 인정해주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평가기법의 적합성, 평가과정의 적정성 등을 심사하면서 투자 이후 실적이 지속 악화되는 기업은 공정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성장성이 있는 기업임에도 산업 특성상 초기 사업비와 연구개발비 투입 등으로 인해 경영 성과와 실적을 나오는 데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 공정가치 평가시 기업 특성과 사정을 충분히 반영키로 했다. 회계심사 역시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재무제표에서 이와 관련된 추정 차이, 단순 오류 등의 과실은 수정 권고를 내리고 이를 이행하면 경고, 주의 등 계도 조치로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물론 고의 조작이나 합리성·객관성이 떨어지는 평가는 엄중 조치한다. 횡령이나 배임, 불법적 무자본 인수·합병(M&A), 비정상적 자금거래 등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공정가치 대신 원가로 평가하는 경우 그 판단 근거와 검토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창업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해 공정가치 측정에 충분할 만큼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은 기존대로 공정가치 평가기법에 따라 가치를 측정한다.
벤처투자업계는 금감원의 이번 조치로 인해 유망 기업의 공정가치 평가 손실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IFRS9 시행으로 인해 공정가치 평가가 투자 당시 정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보다 크게 낮아 실적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었다”면서 “당장의 회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독지침이 오히려 벤처시장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비상장기업의 고평가로 인해 기업공개 직전(프리IPO) 단계만 돼도 공모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면서 “이번 감독지침으로 인해 사실상 비상장투자 시장의 거품을 방관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