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는 개천이 휘둘러 있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을 신뢰한다. 물론 용이 될 그릇은 아니다. 우리 회사는 내가 나고 자란 개천과 같이 희망차다. 소소하되 꿈 하나는 원대하기 때문이다. 이 좁은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각자의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업무와 직접 연관된 구성원뿐만이 아니다. 회사 화단을 관리하는 인원, 사무실 청소를 해 주는 아주머니, 어항을 관리하는 직원까지 일의 귀천은 없다. 그들 모두 회사의 큰 일꾼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이항 대립 구조를 낳았다. 인공지능(AI)의 범람을 디스토피아라고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복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AI로 생성되는 일자리를 200만개, 소멸되는 일자리를 700만개로 예측한다.
특히 다소 단순 반복 작업인 비숙련 직업과 사람들과의 소통이 적은 일, 전문직 가운데서도 숫자를 다루는 직업은 AI로 대체될 위험성이 짙다고 내다봤다. 이들에게 AI는 융화보다 침략자에 가깝다. AI의 현실은 개천의 희망조차 소진한 절망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백척간두에 내몰림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실기하고 있다. 물론 AI 범람으로 인한 악영향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간만의 아이덴티티는 분명 유효하다. 알파고의 신경망이 10만여개에 그치는 반면에 인간에게는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 자율주행차, 드론, 가상현실(VR),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수십만개의 신산업 창출 가능성을 이들은 간과하고 있다.
인간 고유의 창의와 그에 따른 신개념 창출 능력은 인간이 컴퓨터를 압도한다는 점, 어찌할 수 없는 변혁의 시점을 지레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겪어선 안 된다는 지적 등 놓쳐선 안 될 대목이다. 개천임을 지레 터부시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차원으로의 각종 어젠다가 발현돼야 한다. 고용지표 하락을 단순 고찰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시류를 분석해야 한다. AI 시대라는 거시 캐치프레이즈에 앞서 혁신을 통한 다채로운 일자리 창출의 청사진을 제시할 때다.
AI를 이질감의 대상이 아니라 상생해야 할 '집단지성'임을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 과학기술 선용(善用)을 장려하고 규제 혁파 기치를 올려야 함이 마땅하다. 이를 통해 평생 직업능력개발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물밀 듯 쏟아져 나와야 한다. 블루오션의 청사진을 두고 청년들이 취사선택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작은 규모의 정보기술(IT) 회사가 각종 직무를 창출하는 것은 그저 상생의 목적이 아니다. 시류에 맞는 직무 개시를 통한 개개인의 아이덴티티 정립, 그것을 위함이다. 실력은 있지만 시의를 놓친 그들, 열정은 충만하지만 나이라는 중압감에 지레 좌절하는 그들에게 작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기회는 또 다른 동력으로 가열 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희망을 찾아 지방을 떠나고, 대한민국을 떠나는 청년들이다. 비록 지금은 개천이지만 맑은 곳임을 이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회사의 작은 어항을 관리해 주는 어르신도, AI와 점철된 괴리를 오롯이 수용해야 할 청년들에게도 그들로 하여금 기회는 충만하며, 물줄기를 따라 향후 대양과 맞물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게 해선 안 된다.
이동군 군월드 대표 m01279@goon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