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한국 미디어 플랫폼 육성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필요합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19일 한국IT리더스포럼 3월 정기조찬회에서 M&A를 활성화, 대형 미디어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골리앗', 국내 미디어 플랫폼을 '다윗'에 비유했다. 국내에도 CJ ENM, 푹, 네이버 등 여러 기업이 있지만 타임워너, 디즈니, 아마존, 넷플릭스 등에 비하면 작은 규모라는 설명이다.
그는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에 12조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조단위 투자가 가능한 기업이 없다”면서 “플랫폼이 덩치를 키워야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 내수 시장 규모가 작아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다만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내수시장은 인구 1억명 이상부터 의미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5000만명에 불과하다”며 “서구권으로 진출하는 건 위험성이 있기에 내수 시장과 해외 교민,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 등 약 1억5000만명을 겨냥한 미디어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플랫폼 존재감을 키우려면 푹, 옥수수가 힘을 합친 것처럼 협력해야 한다”며 “매출 5조~10조원 이상 규모를 갖는 대형 미디어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창구지만, 종국에는 콘텐츠와 온라인 유통 채널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유튜브·넷플릭스 등은 현지 콘텐츠를 세계화할 수 있는 굉장한 창구”라면서도 “해외 플랫폼에 의해 우리나라 문화 정체성이 지배받을 수 있는 우려도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유튜브가 정점이 있지만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로마, 야후, 노키아도 망한 것처럼 영원한 1등은 없다”고 역설했다.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전 규제를 없애 미디어 산업 발전 장애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국조차 사전규제를 하지 않고 사후규제를 한다”면서 “사전 규제 시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무부처도 여러 개로 나눠져 있는데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부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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