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호(鹽湖). 염수호나 소금호수로도 불린다. 담수가 하천을 흘러드는 동안 미량이지만 염분과 미네랄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 물이 호수에 갇힌 채 증발하면 염분은 점점 농도가 짙어지게 되고, 들어오는 것보다 증발하는 양이 많으면 결국 소금사막이라 불리는 염류평원이 된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평원은 종종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도 그 가운데 하나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오랫동안 우리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왜 혁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의아했습니다”라고 자문한 적이 있다.
백인백색의 답이 있을 법한 이 질문에 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지식이나 기술 본질에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지식은 보통 재화와 다른 여러 특징이 있다. 우선 지식은 돈 내지 않은 누군가를 사용에서 배제시키기 어렵다. 또 누가 얼마나 사용하든 그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특허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 무임승차론에 반론도 있다. 아무리 공개된 지식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정작 이해하고 사용할 능력, 즉 흡수 역량이란 것이 없다면 정작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식이란 것이 흐르는 시간 속에 양은 줄어들지 않더라도 가치는 줄어든다. 이른바 진부화 경향이란 것이다.
결국 셈법으로 따지기 어려운 이런 특징은 많은 경영자가 해야 할 혁신은 미루고 정작 하지 않아야 할 프로젝트에 매료되는 이유가 된다. 흡수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프로젝트 비용은 낮아 보이고, 그런 탓에 수익성은 높아 보이기 마련이지만 제대로 된 전략 없이 기한 안에 성과를 거둬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기술이 조만간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란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새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의 수지 견적을 받아 보면 별반 이득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거기다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프로젝트 초기 비용을 너무 높게 책정해서 최고경영자(CEO)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까 봐 종종 축소하거나 너무 뒤로 미루는 바람에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크리스텐슨 교수와 다른 두 동료는 '혁신의 암살자들'이란 글에서 글로벌 기업의 혁신 실패 원인을 지나치게 재무 분석에 의존하는 대신 기술을 이해하고, 고객과 시장을 찾고, 직원을 선발하고, 팀을 조직하고, 전략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등 다른 성공 전제 조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기다 지식 특성을 생각한다면 경영진은 경쟁보다는 협력, 독점보다는 공유, 통제보다는 자율, 프로젝트 자체보다는 혁신 생태계나 플랫폼에 있는 계산하기 어려운 이득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유니가 관광지로 유명한 것은 단지 소금벌판이어서가 아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에 정점이 될 즈음이면 사막은 얕은 물이 고여 호수가 된다. 이때 우유니는 지평선을 절반 접어 거대한 거울이 된다. 그리고 그때 이곳에선 누구든 전문 사진작가가 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 성공률을 높이려면 성공 조건이 뭔지 먼저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한철의 빗줄기만으로 우유니에서 모든 사람이 일생의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혁신에도 이런 전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기업에 지식 만들기란 어떤 것인지 한번 생각해 봄직도 하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