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업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하반기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 추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기업의 투자 지출 증가와 주주 환원 확대, 인수합병(M&A) 지속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공격적 재무 정책으로 인한 신용 압박이 향후 1년여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S&P는 “최근 몇 달 동안 계속된 수출 감소는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공격적인 재무정책, 수요 둔화,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속은 향후 12개월 동안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19일 밝혔다.
S&P는 이처럼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M&A가 이어질 경우 내부 영업 현금 흐름을 활용해 지출 전부를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상당수 기업이 차입을 확대해 부족분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S&P는 올해 초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LG화학, SK E&S 등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 강화와 투자 확대 방침도 신용등급 유지 여력을 추가로 감소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LG화학의 6조2000억원의 설비투자 계획,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설비투자 확대, SK E&S의 연 4000억~6000억원 규모 배당금 지급 등이 S&P가 지목하는 주요 신용도 하락 이유로 꼽힌다.
최근 계속되는 수출감소가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석유 및 가스 관련 기업의 영업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급격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S&P는 “한국 기업들의 상품경쟁력, 운영효율성, 생산 라인 다각화 및 조율 능력을 주요 강점으로 평가한다”면서 “특히 영업환경이 예상보다 많이 어려워져 차입금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S&P가 평가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유연한 재무역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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