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산업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에 대한 특정 감사에 들어간다. 의류업체 화승의 법정관리로 불거진 산업은행의 사모펀드 관리 실태에 대한 책임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PE가 2005년부터 결성한 27개 사모투자펀드(PEF)의 운용 적정성 여부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9일 “화승의 법정관리로 촉발된 산업은행의 PE 관리 실태에 대한 특정 감사를 조만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정 감사는 2005년 산업은행이 PEF 업무를 취급한 이후 처음 이뤄지는 주무부처 단위 감사다. 특히 산업은행이 업무집행사원(GP)을 직접 맡고 있는 PEF에 대한 감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015년 KTB PE와 손잡고 'KDB-KTB HS PEF'를 설립, 2463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르까프·케이스위스·머렐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하는 화승 지분 100%를 확보했다. 정부 차원의 선제구조조정을 위한 조치였지만 적자 누적으로 화승은 지난달 말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을 믿고 화승과 거래한 50여개 중소업체는 갑작스런 화승의 법정관리로 인해 원부자재 대금 등 약 1000억원의 부채가 물려있는 상황이다.
금융위가 특정 감사에 나선 이유도 산은이 화승의 최대주주인 PEF의 공동 GP를 맡고 있는 만큼 관리 실태에 얼마나 책임이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 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특정 감사도 산은이 GP를 맡고 있는 PEF 전반에 집중될 전망이다. 2017년말 기준으로 산은 PE는 멀티에셋전력PEF, KDB벤처M&A PEF, KDB밸류제6호 PEF, KDB칸서스밸류 PEF 등의 GP를 맡고 있다. KDB밸류제6호 PEF는 대우건설, KDB칸서스밸류 PEF는 KDB생명 등 산업은행 자회사의 주식을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만기를 이미 훌쩍 넘기고 청산 대기 중인 PEF도 감사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기업재무개선메자닌 PEF, 부품소재 M&A PEF, 트로이카 해외자원개발 PEF 등 펀드 결성 10년을 넘긴 블라인드 PEF가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나 대우로지스틱스 등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과거 산업은행이 GP로 참여한 구조조정 목적 PEF는 화승 뿐만 아니라 여러 부문에서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이번 감사가 산은이 추진하는 구조조정 자회사 KDB AMC 설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5년 산은PE 업무 개시 이후 단 한 번도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실시하는 감사”라며 “화승 뿐만 아니라 GP 및 유한책임사원(LP) 출자 등 산은 PE 업무 전반을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