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M&A) 인허가 비효율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부처 간 협의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게 손꼽힌다.
법률적 조항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선언적 문구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신 주무 부처 간 불거진 갈등을 방지하고 정부 심사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이전과 달라야 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협의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3·끝〉정부부처 협의체계
공정위는 2008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당시 옛 정보통신부에 SK텔레콤의 800㎒ 독점사용 해소 방안을 요구했다.
주요 내용은 2011년 6월 말까지 SK텔레콤의 800㎒ 주파수 회수·재배치, 2011년 6월말 이전까지 800㎒ 대역 일부 재배치, 800㎒ 대역 공동사용 규정 마련이다.
정통부는 공정위 요구를 거부했다. 정통부는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최종 인가조건에 공정위가 요구한 800㎒ 주파수 관련 내용을 일체 반영하지 않았다.
당시 정통부는 주파수 관리 주무부처로 공정위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의 800㎒ 주파수 독점 해소를 위해 공정위가 요구한 사항을 정통부가 수용하지 않은 건 공정위와 정통부 장관 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정통부는 기간통신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공정위와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18조 제6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기간통신 인수합병을 인가하려면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협의의 의미와 절차에 대해서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합병 심사 당시 최양희 옛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공정위의 심사 진행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혀 공정위와 구체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음을 시사했다.
협의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음에 따라 부처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간 협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절차와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간 협의 체계 구축이다.
실무 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은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부처 간 협의체계에 관한 고시, 시행령 등 규정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와 공정위가 동시에 심사를 하고 실질적 협의를 통해 조화된 심사결과를 내놓는 '병렬 심사'는 부처 간 협의를 강화할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부처 간 협의체계를 구축하면 M&A 심사에 각 기관의 규제철학을 융합적으로 반영하며 중복규제를 줄일 수 있다. 심사기간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M&A 심사절차·기간·협의체계와 관련한 선제적 규제개혁은 우리나라는 방송통신시장에 효과적인 구조개편으로 체질을 강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다수 국가가 방송통신기업에 대해 이중심사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세계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2016년 글로벌 정부를 대상으로 이중심사 해소를 핵심 건의 사항으로 채택할 정도다.
통신방송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선도적인 진흥 정책으로 ICT 강국 초석을 닦았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효과적인 통신방송기업 M&A 심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방송통신기업 M&A 심사 정부부처 간 협의체계 강화 방안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