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무산되나...최저임금 개선 의지 무색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연초부터 결정체계 개편을 서둘렀지만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개선 의지가 무색해졌다. 최근 2년 간 29%라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겪은 소상공인·중소기업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임이자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장. [자료:임이자 의원실]
임이자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장. [자료:임이자 의원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이 담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의원 불참으로 시작 30여분만에 회의를 종료했다. 고용노동소위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 연속 회의를 열었지만 여야 간 의견차이만 확인하고 어떤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기존 방식대로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도 현행 체계 그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이 달 내에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다음 달 초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진행하는 논의와 별개로 일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담은 최저임금법 통과가 신속히 이뤄지면, 국회 요청에 따라 새로운 결정체계를 반영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고용부 장관의 내년 최저임금 심의 요청시한이 이달 31일이기 때문에 이 달 내 입법이 완료되지 않으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일정 맞추기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두고 여야가 공익위원 구성과 결정 과정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나 결정기준 개편을 담은 개정안도 발의돼 병합심사도 해야 한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규모별 구분 적용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 포함 여부 역시 관건이다. 정부는 기업지불능력을 제외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기업지불능력과 생산성, 실업률 등 구체적인 지표를 반영해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환노위 야당 관계자는 “3월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처리는 아예 힘들 것 같다”라며 “고용노동소위에서 기업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에 포함하는 것을 면밀히 검토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영계 입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관련 인포그래픽. [자료:고용노동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관련 인포그래픽. [자료:고용노동부]

이날 국회 고용노동소위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도 미뤘다. 법안 세부 내용을 두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개월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그대로 상정하자는 입장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늘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