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연이어 개최되는 대한항공,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 성공 여부가 갈린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그레이스홀딩스'를 비롯한 소액 주주 대부분이 강력히 견제하고 있어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한진그룹과 견제세력 간 치열함 정보전이 펼쳐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대한항공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ISS는 최근 낸 자문 보고서에서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그레이스홀딩스가 제안한 안건에 모두 '반대'로 투표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영민 변호사를 사외이사 임명 △김칠규 이촌회계법인 회계사를 감사 임명 △이사의 보수 한도 총액을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축소 등 7가지를 제안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세운 투자목적회사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2.01%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에 대해 ISS 측은 전체 주주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7가지 제안에 대해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특히 조재호, 김영민 후보가 한진칼 발전과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ISS 측은 한진칼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제안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ISS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는 그레이스홀딩스 측과 같은 입장이다. 석 부회장에 대해서는 작년 10월 조양호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는 상황에서 사내이사로서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한진칼 주총은 법원의 판단이 '제3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측의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해서 1심에서 승소한 상황이다. 한진칼은 이에 대해 항고했고, 2심에서 법원이 한진칼 손을 들어주면 그레이스홀딩스가 요구한 의안 상정 자체가 무산된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경영권과 좀 더 직접적인 관계에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상정했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이사직 선임·해임은 의결권의 3분의2(66.6%)가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현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33.35%로, 추가적인 34% 가량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
KCGI를 비롯해 참여연대,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등 소액주주들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또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역시 반대를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와 캐나다연금(CPPIB), 미국 플로리다 연금(SBA Florida)이 연임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는 결국 국민연금이다. 우선 한진칼 주총의 경우 ISS 측에서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강화에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는 한진칼과는 다른 의견이다. ISS 측에서 외국 기관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결정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2016년 과도한 겸직'을 이유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고, 아직까지 의결권 행사방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반대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 1월에 있었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는 위원들 다수가, 대한항공이 주총에 연임 안을 올릴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