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견제를 이겨내고 모든 안건에 대해 원안대로 가결했다. 엘리엇은 이날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표결에서 지면서 '완패'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현대차에 이어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되면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22일 오전 서울 역삼동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제42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회가 제시한 보통주 주당 4000원, 우선주 4050원과 엘리엇이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주당 보통주 2만6399원, 우선주 2만6449원을 놓고 표결이 진행됐다. 엘리엇이 배당을 요구한 금액은 우선주까지 총 2조5000억원에 달해 현대모비스는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며 반대해왔다.
배당금에 대한 표결에서는 현대모비스 측의 의안에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9%가 찬성해 회사측 제시안대로 가결됐다. 엘리엇측 제안 찬성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1.0%에 그쳐 부결됐다. 앞서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을 비롯한 국민연금 등이 모두 엘리엇 제안 배당안에 반대한 바 있다.
이사 수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엘리엇 제안 정관변경안도 21.1% 찬성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다만 엘리엇이 제안한 이사보수위원회 및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안건은 현대모비스 이사회 측도 동의하는 안건으로 통과 요건을 충족해 가결됐다.
사외이사로는 전기차 스타트업 에빌 로즈시티의 칼 토마스 노이만와 투자업계 전문가 브라이언 존스가 선임됐다. 이사 수를 늘리는 안건이 부결됐기 때문에 2명의 사외이사만 신규 선임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 2명은 각각 19.2%, 20.6% 찬성으로 절반도 넘지 못했고, 득표수도 이사회 추천 후보보다 낮았다.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별 다른 이견이 없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박정국 사장과 배형근 부사장(CFO)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최고한도액 100억원을 유지했다.
이날 안건 처리에 앞서 엘리엇 측 대리인은 “오늘은 엘리엇과 현대모비스의 대결의 자리가 아니다”면서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시작이며 자본시장 주요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이날 별도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박정국 사장 또한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이로써 정몽구 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등 3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