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시도로만 여겨졌던 '인체통신기술'이 곧 의료·헬스케어 분야 핵심 기술로 떠오를 것으로 믿습니다.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술사용이 늘어나는 5G 시대에 특히 주목받게 됩니다.”
박형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oC설계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은 다소 생소한 인체통신기술로 다양한 응용기술을 구현하는 연구자다.
그가 활용하는 인체통신은 우리 몸을 매개체로 활용해 각종 기기가 서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별다른 신호 변화 소자가 필요 없어 아주 단순한 구조로 각종 정보를 전달한다. ETRI가 10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신호 통신에 성공,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박 책임은 “인체통신은 사람 몸을 정보가 흐르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으로, TV 안테나를 손으로 잡으면 영상 화질이 좋아지는 것도 같은 원리”라며 “과거에는 워낙 생소해 '사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ETRI가 끝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표준화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인체통신을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 1999년 CDMA 연구가 한창이던 ETRI에 들어와, IMT-2000, 와이브로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인체통신 연구에 참여하게 됐고, 기술이 가진 매력에 흠뻑 빠져 12년 세월을 보냈다.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감상이었지만, 이내 기술 중요성과 향후 파급력을 알아챘다.
현재 주목하는 인체통신 활용분야는 주로 의료나 헬스케어 분야다. 사람 몸을 활용하는 기술인만큼, 몸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에 쓸 때 더 빛을 본다는 생각이다. 환자나 노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다.
이렇게 개발한 것이 최근 선 보인 '인체통신 기반 캡슐 내시경'과 '터치케어' 기술이다. 지난해 인체통신 기술을 하나의 작은 칩 형태로 하드웨어(HW) 구현하면서 연구를 고도화할 수 있었다.
캡슐 내시경은 연결선이 없어 시술을 받을 때 불편을 최소화 하는 기기다. 기존에는 무선주파수(RF) 통신을 썼는데, 인체통신을 활용하면 더 큰 영상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성능도 개선할 수 있다.
터치케어는 선이나 안테나 없이 사람이 터치태그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관련 정보를 몸에 찬 웨어러블 기기에 전달한다. 노인돌봄 서비스 구현에 가장 적합하다. 예를 들어 약병에 터치태그를 붙이면 사용자가 몇 번 약을 먹었는지 손쉽게 알 수 있다. 냉장고나 화장실 문에 태그를 붙이면 식사는 몇 번 했는지, 화장실은 얼마나 자주 갔는지 파악 가능하다.
박 책임은 인체통신기술이 장차 첨단 의료·헬스케어 분야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캡슐 내시경 기술 추가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터치케어 실증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그는 “앞으로 웨어러블 기술 활용이 확대되고 몸에 수많은 기기를 부착하게 되면 이들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기술도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관련 분야를 이끌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