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선전에서 열린 학회 행사 참석 길에 우연히 화웨이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잘 모르는 회사였지만 최근 미국부터 시작된 통신장비 보안성 의구심과 함께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화두가 된 회사여서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화웨이 미래연구소 이름은 '노아의 방주 연구소'라고 한다. 이름부터 미래 데이터 홍수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통신장비에서 스마트시티 솔루션까지 전시하는 화려한 시설에 신선함을 느꼈다.
둥관 지역에 새로 마련한 '연구개발(R&D) 캠퍼스' 연구 단지는 규모와 표현에서 충격을 안겼다. 연구 단지를 55만평 녹지로 둘러싸인 테마파크로 꾸민 엄청난 규모의 단지였다. 유럽의 유명한 도시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골목과 거리와 건물과 레스토랑이 프랑스 파리, 독일 하이델베르크, 이탈리아 볼로냐 그곳과 같다. 연구단지 내에는 예쁜 빨간 기차가 유럽 도시를 왕래한다. 스마트폰,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 세계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3위 기업의 놀라운 성장 이유를 보았다.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연구할 맛이 날 것이다. 매일 유럽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 것이고, 이직을 굳이 생각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중국 혁신 현장을 보았다. 4차 산업혁명 경쟁국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이 열악한 환경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과거의 일이 된 듯하다. 물론 외양의 하드웨어(HW)보다 내부의 문화 소프트웨어(SW) 수준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미래 준비에 혁신을 보이는 모습은 우리 상황을 점검하게 만든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 바람 속에서 혁신를 많이 이야기한다. 개선이라는 단어가 기존 것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해 나간다는 것이라면 혁신이란 기존 방식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에서부터 전혀 새로운 효율 또는 효과 높은 방안을 실현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만들고 정부기관, 기업도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놀랄 만한 혁신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주요 신기술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클라우드,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5G 등의 활용으로 전에 없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혁신이라는 것이 첨단 기술 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인가. 혁신이라는 것은 창의이다.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 문화, 생활 환경 혁신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혁신 기업인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특유의 스타일로 검소하지만 놀이터와 같은 자유로운 업무 공간에서 혁신을 일궈냈다. 업무 환경과 삶의 일상생활 도시 환경에서 혁신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스마트시티를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쾌적하고 기분 좋은 삶의 환경을 창의해서 만들어 나가는데 활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세종시, 부산 에코텔타시티 등 시범 도시에 기대하는 바도 있지만 기업 업무 환경 혁신과 함께 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대한민국 대표 공간인 서울시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ggl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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