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서발전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발전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우리나라 발전업계에 4차 산업혁명 초석을 마련하고 미래 먹거리 창출로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은 27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발전설비 시스템을 구현하고 안전·친환경·사회적 가치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 신(新)경영 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국내 5대 발전사 중 최초로 4차 산업혁명 전담조직인 '발전기술개발원'을 신설, 인공지능(AI)·드론·빅데이터·3차원(3D)프린팅·해수전지·스마트오피스·적외선 감지 등 분야를 총망라한 미래 전략 로드맵을 수립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태양광 청소로봇 특별팀을 신설, 로봇 제작사 2곳과 협업해 당진화력 발전소에서 실증시험을 실시했다”며 “발전 효율이 7.7% 향상되는 결과를 도출했고 관련 제품 개발이 완료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발전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태양광·풍력 설비에 '드론 진단' 시스템을 적용했다. 드론 열화상 카메라로 태양광 모듈 고장·손상 유무를 확인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정밀 카메라로 100미터 높이 풍력발전 설비를 점검하는 등 전례 없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당진 수상태양광 준공 검사에서 1만296장 모듈 중 40장의 결함을 발견하는 성과도 도출했다.
박 사장은 빅데이터 분야에 역량을 결집하는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SW)·설비 부품 국산화 전환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스마트오피스는 ICT 융합형 근로 환경 개선책으로 손꼽았다.
박 사장은 “35만개에 이르는 방대한 발전운영 데이터를 수집, 65테라바이트(TB) 규모 발전업무 통합분석 플랫폼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외부기관과 공유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3D 프린팅 기술을 구현해 해외에서 조달이 어렵거나 단종된 발전 부품을 공급하고 내년 말까지 전사적자원관리(ERP) 국산화를 성사시켜 연간 7억원가량 운영비 절감 효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수전지'는 박 사장이 집중하는 대표 신사업이다. 해수전지는 친환경 자원인 바닷물을 에너지 변환·저장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유니스트(UNIST)와 협업해 해수전지를 활용한 △해상 운송수단 △GPS 어망용 부이 △구명조끼 제품·사업화에도 착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니스트와 10㎾급 해수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실증에도 성공했다.
박 사장은 “일정 부분 수업료를 지불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신사업 전략을 펼쳐야 할 시기”라며 “훗날 동서발전 미래에 씨앗을 많이 뿌린 인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1년 전 취임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전사로서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ICT를 융합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4차 산업혁명 전도사' 박 사장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동서발전이 당진화력 터빈건물 옥상 태양광 설비에 실증한 로봇청소 '에코브라이트'
울산=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