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21일 출시한 8세대 '쏘나타'의 초기 품질 문제로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운 가운데 다음 달 7일 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 중단 기간이 예상보다 긴 2주에 이른다. 차량 생산 일정이 애초 계획보다 늦춰지면서 출고 차질은 물론 협력사 손실로 인한 손해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완벽한 품질을 확보, 고객 만족에 만전을 기하겠단 입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생산 중단과 관련, 협력사에 4월 7일부터 다시 생산이 본격화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협력사에는 신속한 생산 재개를 위해 다음 주까지 충분한 부품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2주 동안의 출고 지연으로 현대차와 협력사들은 5000여대 분량(150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24일 신형 쏘나타 소음·진동 등 초기 감성 품질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밀 점검을 진행함에 따라 차량 출고를 지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결함 원인이나 생산 재개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음·진동이 주로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번 품질 문제가 파워트레인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이 늦춰지면서 신형 쏘나타를 계약한 1만명 이상의 고객 차량 출고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아직까지 계약 이탈은 거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형 쏘나타는 21일 출시 전 닷새 동안 진행한 사전계약 행사에서 1만2000대 이상이 몰렸다. 기존 7세대 쏘나타 월평균 판매량의 2배 수준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로 세단 수요가 최근 5년 동안 20% 줄어든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좋은 판매 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생산을 중단하면서 기존에 생산한 차량은 전량 고객에게 인도하지 않고 내부용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출시 전에 생산한 차량을 출고하지 못하게 되면서 고객들은 7일부터 품질 개선 후 생산을 재개한 신차를 인도받게 된다. 차량을 처음부터 다시 생산해야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출고 적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신형 쏘나타는 관련 부서에서 소음·진동 문제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면서 “고객 인도 시점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출고 전에 실시하는 완벽한 품질을 위한 점검이 오히려 고객에게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쏘나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피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다수 협력사는 현대차가 통보한 생산 일정에 맞춰 부품 공급을 준비해 놓았지만 갑작스러운 차량 생산 중단으로 부품 생산 물량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와 관련해 협력사도 일부 물량 조절을 하겠지만 전면 생산 중단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이미 1만대 이상 누적 계약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협력사가 큰 문제는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출시 후 이례적 생산 중단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의 품질 최우선 행보가 호평을 얻기 위해서는 문제를 빠르게 해소하고, 차질 없이 생산을 재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신차를 출시한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한 것은 분명히 위기지만 최선으로 대응한다면 브랜드 이미지 개선 계기도 된다”면서 “이번 사태가 최근 현대차 대표이사직에 오른 정 부회장의 품질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예의주시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