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용 동박을 세계에서 가장 얇고, 넓고, 길게 만드는 초격차 기술로 2023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습니다.”
김영태 KCFT 대표는 회사 설립 1주년을 맞아 2023년 매출 1조원 달성을 새 비전으로 내걸었다. KCFT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난해 LG엠트론의 동박·박막사업부를 인수해서 출범한 회사다.
동박은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집전체로 쓰인다. 얇을수록 배터리 무게와 부피가 줄고, 그만큼 많은 음극활물질을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고용량화·경량화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향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김 대표는 LG전선에서 금속 소재 관련 연구개발(R&D)을 하다 2000년 LG전선이 LG금속 동박 사업을 인수하며 동박과 인연을 맺었다. 사업이 LS엠트론으로 이관된 후 2010년 동박·박막사업부장에 올라 현재까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김 대표는 27일 “20년 이상 R&D만 하다가 처음 사업부장을 맡아 정읍공장에 내려와서 보니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승산이 없겠다는 생각에 기술 혁신에 주력했다”면서 “당시 전지용 동박 시장 규모가 회로용 동박 5분의 1밖에 안 됐지만 배터리 시장이 뜰 것으로 전망하고 회로용 동박에서 철수하고 전지용 동박에 '올인'하기로 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김 대표는 동박을 얇으면서도 넓고 길게 만드는 '광폭장척화' 기술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7년에 세계 최초로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전지용 동박을 양산했으며, 4㎛ 동박도 양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주로 쓰이는 6㎛ 동박을 경쟁사 대비 두 배가 넘는 1400㎜ 폭으로 3~4배 길게 40㎞까지 감아 '점보롤'을 만든다.
김 대표는 “40㎞ 점보롤을 만들면 기존 6000m 롤을 6~7번 갈아끼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생산성 혁신이 가능하다”면서 “소재를 이동하고 보관하는 시간과 공간은 물론 손실도 감소시킬 수 있어 배터리 밸류 체인 전체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 개화에 힘입어 지난해 KCFT 매출은 3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 하반기에 코스피 상장도 추진한다.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에 SK·포스코 등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3000억원 수준이던 회사 가치가 1년 만에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주목받았다.
전북 정읍에 증설하고 있는 동박 4공장이 내년 초에 가동되면 현재 연산 2만톤 수준인 KCFT 생산 능력은 3만1000톤까지 늘어난다. 회사는 베젤리스 스마트폰용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증설을 검토하고 있고, 인근 부지에 동박 추가 증설이 이뤄지면 2023년 매출 1조원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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