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안중근 의거(1909.10.26.)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뮤지컬 '영웅' 10주년 기념공연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3월 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여성 독립운동가 삶을 모티브로 만든 가상의 인물 설희 역을 맡은 임민지(린지)는 감동적으로 부르는 뮤지컬 넘버가 감각적인 능력인지 철저한 노력인지에 대한 질문에, 연습실에 가기 전에 항상 개인 연습실을 따로 잡아 3시간씩 연습했다고 처음 밝혔다. 끊임없는 노력을 통한 성과는, 아이돌 걸그룹 출신인 그녀를 뮤지컬배우, 아니 배우로 롱런하며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 작품에 임하는 마음! 실제로 설희같이 시도하려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임민지는 “설희는 '영웅'에서 명성왕후 시해를 직접 목격한 인물로, 아직까지 많이 재조명받지 못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대표하는 가상 인물을 표현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작품에 참여하는 마음을 전하며 “실제로 설희 같이 시도하려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넘버 음역 폭과 높낮이·뛰어난 가사 전달력…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인가, 철저한 노력의 산물인가?
실제로 <영웅>을 관람하면 임민지는 음역 폭이 넓고 높낮이 단차 또한 크게 표현한다. 소리가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음을 부드럽게 내리고 자연스럽게 올린다는 점이 놀랍다. 맑은 목소리로 부르기도 하고 굵은 목소리로 부르기도 하는데, 노래를 부르게 예쁘게 부르려 하지 않고 가사 전달력을 무척 높게 표현했다. 이야기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관객은 노래를 들으며 감정을 확 발산해버리기보다는 계속 간직하게 된다. 이런 뮤지컬 가창력은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때 그런 캐릭터의 무대를 잘 소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놀라운 해석과 표현을 감각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철저히 분석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임민지는 “차라리 감각이었으면 좋겠는데 감각이 뛰어나지 않아서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웅'이고 세종문화회관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은 저음에 성량이 무척 풍부한 반면, 저의 목소리 톤은 하이톤에 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어울리게 듣기 좋게 만들면서도 가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안 보이는 곳에서 정말 연구와 연습을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이 큰 사람이 아닌지라 횡격막을 열어 베이스가 내는 저음을 내기 위해 훈련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며 “남산 연습실에 가기 전에 항상 연습실을 개인적으로 잡아 3시간을 더 연습하고 간다”고 말했다. 처음 이야기하는 것이라 아무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는데, 재능과 감각이 아닌 철저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솔직함과 당당함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여자 캐릭터 중 유일하게 뮤지컬 전체 정서를 관통하는 역할…실제 마음은 어땠을까?
'영웅'에서 임민지는 감정을 넣어 노래를 부르면서도 가사 전달력이 좋아 관객이 감정이입하기 좋다. 청아하면서도 구슬픈 창법을 사용하기도 해 절절한 감동을 선사하고. 한 번에 올라가는 고음을 통해 혼자 무대를 채우는 시간의 존재감도 발휘한다.
남자 등장인물이 많고 대부분 웅장하고 근엄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말랑말랑한 캐릭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링링, 조마리아, 주인게이샤 등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뮤지컬 전체의 정서를 관통하는 여자 캐릭터는 설희가 유일하다. 임민지는 설희를 표현하면서 뮤지컬이 너무 남성적인 정서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연기와 노래로 보여줬다. 이토 히로부미와 같이 있을 때의 불안감과 초조감 또한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의연하지도 않게 표현해,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설희는 극중에서 남자 캐릭터와 공감하기도 쉽지 않고, 다른 여자 캐릭터와 공감하기도 애매한 캐릭터라는 언급에, 임민지는 호응하며 “독단적인 캐릭터이면서 외로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도 없고, 너무 약하고 부드럽게 표현할 수도 없다. 설희는 표현하기에는 절대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공연하면서 누군가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기 때문에 배우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다. 실제 관람하면 임민지는 설희의 균형감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안 그래도 연습할 때도 설희는 따로 한다”며 “이토 히로부미와 같이 연습하기는 하지만, 설희와 너무 감정선이 다르다. 가볍게 같은 장면에 나오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감정을 쌓아서 교류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외롭고 힘든 캐릭터”라고 말했다. “제 삶을 돌아보면, 과거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기도 하고 꿈도 저 위에 있었으나 현실에서는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굉장히 외롭고 우울하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감정이 생겼다. 나라를 위해 투신할 정도까지는 아직 아니어도, 제 안에 설희와 공감되는 교집합의 감정들이 있다”며 “임민지라는 사람에게도 있는 감정에, 안중근과 설희의 애국심과 조국애는 공부와 학습으로 추가했다”고 말했다.
임민지는 공연 중 감정의 점핑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는데 “공연에서 설희는 명성황후의 시해를 목격한 끔찍한 장면에서 처음 등장한다. 대기실에서 웃고 떠들고 있다가 등장할 수가 없다. 그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밤마다 다큐멘터리, 뉴스 등을 찾아보며 조국애도 생기고 나 자신이 감사하게 바뀌고 있다”며 힘들지만 본인과 잘 맞는다고 했다. 백스테이지에 있으면서 공연을 그대로 따라가고 싶지만 방해가 되기 때문에, 다음 장면 전까지 대기실로 가면서도 평상시 연습했던 대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관객 임민지가 배우 임민지에게 한마디한다면?
임민지는 '하이스쿨뮤지컬' '페스트' '오!캐롤' '광화문연가' '삼총사'에 이어 '영웅'까지 여섯 편의 뮤지컬에 참여하고 있다. '임민지(린지)가 이렇게 매력적인 뮤지컬 배우였나?'라는 리뷰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관객 임민지가 '영웅'을 공연하는 무대 위 배우 임민지에게 한마디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위로와 격려”라며 “흔들리지 말고 린지만의 설희가 있는 거니까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격려를 보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노력을 할 테니까 설희가 제게 왔듯이 믿고 당당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배우로서의 다짐도 덧붙였다.
“10년 동안 롱런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역사를 재조명하는 올해는 재미있든 없든지 간에 한번쯤은 보기를 추천하는 작품이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받아주셨으면, 메인 배우도 중요하지만 앙상블의 노력과 무대 세팅, 안무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계신 스태프의 노력도 긍정적으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저 임민지(린지)도 배우 자체로 봐주시기를 바란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끝까지 노력하는 마음을 전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