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비메모리 육성, 가뭄 속 단비 되길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전략 발표가 임박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생태계 강화, 인력 양성, 상생 협력 등을 담은 비메모리 반도체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산업 체질 개선을 지시했다. 정부 행보는 반가운 일이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겪은 '가뭄' 속 '단비'가 될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메모리 편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데다 비메모리 부문의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돼 왔음에도 외면 받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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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부의 반도체 연구개발(R&D)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따르면 정부의 반도체 R&D 사업비는 2011년 796억원에서 매년 줄어들어 2017년에는 31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록적인 실적을 거두다 보니 마치 반도체 산업 전체가 잘되는 것처럼 비춰졌지만 비메모리 업계는 오히려 기반이 취약해졌다. 수익을 내는 국내 팹리스 업체는 손에 꼽힐 정도고,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협회와 학회 등에서 고루 의견을 듣고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IC 2010' '시스템IC 2015' 후속으로 '시스템IC 2025'(가칭)가 발표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타이틀이 어찌됐든 국내 비메모리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더 많은 인재가 양성되고, 이들이 비메모리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특히 시류에 따라, 필요에 의해 급조되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