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와 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공적 국제표준기구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임원 가운데 산업계 인사 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 인사 참여 수는 늘고 있지만 비율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우리 기업이 국제표준 선점으로 인해 이익을 창출한 사례가 적다는 점이 기업 국제표준활동 참여가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해 IEC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열리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산업 등장으로 우리 기업 국제표준 선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해 산업계 국제표준 참여를 위한 제도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국제 표준기구 활동 임원 중 산업계 9%…비율 한자릿수 못 넘겨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올해 ISO와 IEC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의장·간사·컨비너 207명 중 산업계 출신 인원은 20명에 불과했다. 이는 ISO와 IEC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전체 임원의 9%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제표준 참여 임원은 학계가 96명으로 절반(46%) 점유율을 기록했다. 연구원이 54명(26%)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학계와 연구원에 비해 산업계 참여가 현저히 저조한 편이다.
ISO와 IEC는 글로벌 산업 표준을 정하는 공적 국제표준기구다. 두 기구에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하는 의장·간사·컨비너는 최종 국제표준이 발간되는 과정에서 의견 논의와 투표를 이어간다. 각각 기술위원회(TC), 분과위원회(SC), 작업반(WG)에서 활동한다. 이 때문에 ISO·IEC 임원 참여는 국제표준화 과정에서 국가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의장 선임 비율뿐만 아니라 학계와 연구원, 기업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실제 산업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인원 참여는 중요하다는 평가다.
◇산업계 인사 참여 저조…10년 넘게 이어져
우리나라 산업계의 국제표준 참여는 고질적 문제다. 2005년에도 산업계 참여 인사 비율은 7%에 불과했다. 2010년에는 이보다 나은 11%를 기록했지만 이후 2015년에 9%, 2016년 5%, 2017년 6%로 참여가 저조했다.
국표원 관계자는 “산업계 인사의 ISO·IEC 임원 참여 비율은 줄곧 한자릿수 후반에서 10%대 초반대를 유지했다”며 “우리나라 국제표준 참여는 학계와 연구원 위주로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참여비율이 9%로 늘었다. 참여인원도 2017년 10명보다 두 배 증가한 20명으로 확대됐다. 부산에서 IEC 총회가 열리면서 국제표준 참여 열기가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ISO·IEC에 우리나라 전체 임원(의장·간사·컨비너)도 2017년 181명에서 지난해 207명으로 약 14% 증가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신산업 떠올라…산업계 인사 참여 높여야
국내 기업이 국제표준 선점으로 매출을 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IEC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기업은) 예전부터 국제표준을 통해 게임의 룰을 만들고 매출이나 이익 모양을 만드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사례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표준 투자가 미비하다”고 밝혔다.
다만 IEC 부산 총회 참여 열기로 우리 기업 국제표준 참여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신산업이 떠오르는 시점에 국제표준 선점으로 산업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상미 국표원 국제표준협력과장은 “국내 대기업, 특히 전기·전자 분야는 빠르게 국제표준을 만들어야 하니까 공적 표준기구가 아닌 사실상 표준화기구 위주로 국제표준 작업에 많이 참여했다”며 “사실상 표준기구에서 검증된 것을 (ISO·IEC 같은) 공적 표준기구에서 국제표준을 만들도록 패스트트랙으로 나갈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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