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내 기업, 국제 표준활동 투자 힘들어…'표준 투자→이익 창출' 사례 만들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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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빡빡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국제 표준활동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기업이 국제표준을 선점해 제품·서비스에 반영하고 실질 이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없어 기업이 국제표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IEC 총회가 부산에서 열렸고 국내 대기업이 로봇 등 유망 신산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 기업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제표준 활동에 참여하는 한 민간 전문가는 국제표준 활동이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국제 표준 활동까지 챙기기가 어렵다.

국제표준기구에서 임원 활동에 참여했던 학계 한 관계자는 “국제표준 활동 임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1년에 3번 일주일씩 출장을 다녀와야 했다”며 “임원은 10년 이상 국제 표준회의에 참여해야 되기 때문에 기업에서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국제표준 활동에) 참여하기 더 힘들다”며 “대기업은 그나마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장치산업 표준 선점으로 이익을 창출한 미국 등 선진국 기업과 달리 우리나라는 표준 선점으로 이익을 창출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EC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국제표준을 제안해서 만들었으면 국내에서 서비스와 제품에 반영돼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국제표준으로 기업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선순환 고리가 별로 없는 것이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대다수 국내 기업은 새 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하는 '퍼스트 무버(firts mover)'보다는 신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펼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대기업도 당장 이익 창출이 있지 않는 한 국제 표준활동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대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 전자기업은 연관 사업 분야가 적은 ISO에는 참여할 이유가 없고 IEC는 연관 분야에는 일부 참여하지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IEC 부산총회가 열리면서 표준에 대한 기업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이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향후 국제 표준활동이 활발해 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학계 한 관계자는 “특히 삼성전자는 향후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관련 국제 표준활동을 활발히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상미 국표원 국제표준협력과장은 “지난해 IEC 부산총회 개최 이후 확실히 국내 기업의 국제표준활동 관심이 높아졌다”며 “표준 제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국제 표준 특성상 당장 뚜렷한 지표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