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야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 질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메디컬 AI 환경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입니다. 융합연구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은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경권연구센터 의료IT융합연구실장은 의료기기와 디지털헬스 등 의료IT융합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자동모발이식, 덴털 3D프린팅, 스마트약상자 기반 질병관리시스템 등 5개 분야에서 8개 기관과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최 실장은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을 시작으로 1993년부터 지금까지 26년 동안 ETRI에서 묵묵히 연구자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2010년 ETRI 대경권연구센터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주로 의료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융합연구를 수행했다.
최 실장은 대경권연구센터로 내려오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이젠 연구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제대로 쓰이는 대박상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대박상품을 만들기 위한 첫 연구사업이 모발자동식모기다. “의료기기시장은 승자독식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다보니 기능과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병원에서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지요. 하지만 모발이식 분야는 경북대병원이 선도적 기술과 경험이 있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면 다른 의료기기보다 시장 진입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최 실장이 개발한 세계 최초 모발자동식모기는 2015년 시제품을 완성, 연구임상까지 마무리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엔 문제점이 많았다고 한다. 시제품으로 본인의 두피에 직접 모발을 식모해보니 안정성이 떨어져 적지 않은 보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현재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타입의 식모기를 지역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모낭을 심는 것보다 시술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바늘이동형자동식모기와 연발형수동식모기가 바로 그것이다.
“바늘이동형자동식모기는 모발 안착률 성공률이 95% 수준이지만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반면에 연발형수동식모기는 심는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안정성은 높아 의료현장에 가장 빨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연발형수동식모기는 조만간 임상시험을 거쳐 올 하반기쯤 제품 출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 실장이 가장 공들여 연구하는 분야는 자동식모기지만 그외 덴털 3D프린팅과 스마트약상자 기반 질병관리시스템, 제조약 포장기 제품고도화, 메디컬 AI 등 의료IT융합 분야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마트약상자 기반 질병관시스템 관련 기술을 지원받은 지역 기업 A사는 현재 모로코에 2000여대 약상자를 공급했고, AI 기반 복약순응예측서비스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시험 적용하고 있다.
최 실장은 의료 분야 융합연구를 물고기 그림에 비유했다. 개발 방향에 해당하는 머리 부분은 의사 등 의료전문가가 그리되 몸통은 엔지니어가 맡는 역할 분담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전문가와 연구자, 기업인이 삼위일체가 돼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로 격의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실제 의료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의료기기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끝으로 “의료IT융합 분야는 단순 전자제품과 달리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여서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제품개발에 인내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맷집있는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