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 가운데 디젤버스가 승용차, 일반 버스보다 배출 가스량이 수십 배나 많은 데도 디젤버스가 국가 전기차 보급 정책 사정권 밖에 방치되고 있다.
정부의 올해 전기차 보급 정책은 승용차의 경우 연간 4만대 보급에 초점이 맞춰졌고, 전기버스는 고작 300대를 교체·보급한다. 더욱이 전기버스는 미세먼지 배출이 적은 도심형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교체에만 집중돼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 시외·고속·좌석버스용 디젤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면 이보다 큰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15년부터 전국 운수업체 대상으로 보급한 전기버스가 309대로, 대부분이 CNG 버스가 전기버스로 교체됐다. 반면에 국내에 71만대로 등록된 디젤버스의 친환경버스 교체 작업은 지금까지 시도조차 못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경유버스 및 CNG버스 환경·경제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CNG 버스가 1㎞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일산화탄소 양은 0.0587g인 반면에 디젤버스는 1.8kg이다. 질소산화물은 CNG 버스가 3.6g, 디젤버스가 10.2g이다. 초미세먼지·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의 디젤버스 배출량이 CNG버스보다 각각 3배, 30배나 많은 셈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전기버스의 보조금 정책이 현재 노선용 CNG 버스 위주에서 고속·좌석·시외 등 경유버스로의 확대 등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외버스는 하루 평균 주행 거리가 600㎞에 이른다. 수십 ㎞를 운행하는 승용차에 비해 보조금 지원 효과가 클 수 있다. 화물 트럭은 아직까지 전기차 모델이 적어서 전환 사업을 하기엔 이르다.
정부는 전기버스 보조금 지원 대상을 제한하지 않았지만 국내에 보급된 전기버스 309대는 모두 도심형 저상 버스다. 정부 보조금이 저상버스와 전기버스 보조금 1억원씩 총 2억원을 지원하는 단편적인 정책 때문이다. 고속·좌석·시외용 디젤버스는 좌석 수 때문에 저상버스로 제작할 수 없는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
일평균 주행 거리가 노선버스에 비해 최소 600㎞로 훨씬 길기 때문에 기존 버스보다 더 큰 배터리를 설치한 전기버스가 필요하다. 늘어난 배터리 때문에 차량 가격이 더 비싸지는 상황에다 저상 보조금까지 받지 못해 차량 가격 부담은 더 늘어나는 실정이다.
운수 업체 관계자는 “디젤버스 냄새를 싫어 하는 고객도 늘었고 미세먼지 이슈로 말미암아 디젤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면서 “좌석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고 싶지만 저상으로 제작하면 좌석 수가 한참 부족하고, 보조금도 절반뿐만 받을 수 있어 (전기버스)가격이 낮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전기버스 보조금에 한해 운행 거리나 용도에 따라 보조금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량 유형별로 운행 거리나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디젤버스가 일반 디젤 승용차보다 가스 배출량이 많고 주행 거리도 길기 때문에 하루빨리 공항리무진, 시외·좌석버스 등 디젤버스부터 전기차로 교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휴게소 등지에 배터리 교환형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배터리 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등 보조금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