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때 시작된 '연구개발(R&D) 지원 홀대' 기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R&D에 제공하는 조세지출(세금혜택) 규모·비중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줄어든다. 같은 기간 전체 조세지출은 수조원씩 늘어온 것과 대비된다. R&D 예산 증가율은 총예산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비과세·감면 등을 통한 재정지원인 조세지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9조7000억원에서 2018년 41조9000억원, 2019년 47조4000억원으로 각각 2조, 5조원 늘었다.
그러나 분야별로 구분했을 때 R&D부문 조세지출은 2017년 3조원(전체 조세지출 중 7.6%), 2018년 2조9000억원(6.9%), 2019년 2조8000억원(5.9%)으로 규모·비중이 모두 축소됐다. '근로자 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 부문에선 조세지출 규모·비중이 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획재정부는 '일반 R&D' 지원을 줄이는 대신 '신성장 R&D' 지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체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상 R&D 지원이 축소 추세인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대기업 대상 R&D 조세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 지원은 늘려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R&D 조세지출이 일부 사업에 지나치게 쏠려있고, 새로운 사업 발굴이 더딘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R&D 조세지출로 분류되는 총 16개 사업 중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와 '연구 및 인력개발을 위한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5%(2019년 기준)에 달한다.
올해 20조원을 돌파해 정부가 '의미 있는 성과'로 꼽은 R&D예산도 전체 예산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작년과 올해 이른바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총예산은 2017년 400조5000억원에서 2018년 428조8000억원으로 7.1% 늘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9.5% 늘어난 469조6000억원이다. 반면에 R&D 예산은 2018년에 전년 대비 1.1% 증가에 그쳤고, 올해도 4.4% 증가에 머물렀다. 12개 주요 예산배정 분야 가운데 R&D 부문 증가율은 농림·수산·식품(1.5%), SOC(4.0%) 다음으로 낮다.
업계는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도 지난 정부 때 시작된 '저조한 R&D 지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정부는 'R&D 예산은 그동안 많이 늘려왔다' '지출 확대보다 효율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2016년과 2017년 R&D 예산 증가율을 1%대로 낮췄다.
내년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지만 R&D 예산은 대폭 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턴 세수여건이 작년만큼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해 지출 축소 기소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R&D는 재정 투입 규모 대비 성과가 저조한 것 같다”면서 “지출 효율화를 위한 부처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야별 조세지출 현황(자료:기획재정부, 단위:조원)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