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몽골을 찾아 협력 관계를 맺은 데 이어 27일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이 중국을 찾아 동북아 슈퍼그리드 협력을 끌어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역 대지진이 부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로 논의가 시작됐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전력망을 결합해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인 국가 간 전력 공급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한·러시아 연계 공동연구 추진, 박근혜 정부 시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일환으로 한·러시아 연계를 추진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속도를 냈다. 이 총리의 몽골 방문과 성 장관의 중국 방문도 이의 일환이다.
슈퍼그리드 완성은 우리 전력 환경과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는 전력 분야에서도 완전히 고립된 섬이다. 원자력과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지만 원료는 99% 수입에 의존한다. 여름과 겨울엔 난방으로 수요가 늘지만 봄, 가을엔 수요가 준다. 그만큼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하다. 이를 해소하는 것이 슈퍼그리드다. 슈퍼그리드가 완성되면 전력이 모자랄 때는 전력 일부를 수입하고 남을 때는 수출할 수 있다.
슈퍼그리드가 제대로 완성되려면 북한을 연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해저로 중국과 전력망을 잇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전력에 이어 도로와 철도까지 연결되면 경제적으로도 동북아 지역 간 긴밀한 연결이 가능해진다. 우리로서는 '고립된 섬'이라는 악조건도 해소시킬 수 있다. 슈퍼그리드에 대한 긴밀한 논의와 함께 전력과 철도, 도로까지 아우르는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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