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으로 불리는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시행이 100일 맞았지만, 이를 수락한 9개를 제외한 20여개 국내외 제작사는 여전히 새 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까지 교환·환불 제도를 수락한 자동차 제작사는 총 9곳이다. 국산차 제작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한국지엠을 제외한 4곳이 제도를 도입했다. 수입차 제작사는 BMW, 볼보, 토요타,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5곳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에 동일한 중대한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를 마련했다. 서둘러 제도를 도입한 제작사들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신차 구매 시 계약서에 교환·환불 규정을 서면으로 표기해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제도 자체는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제도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려면 신차 구매 계약 시 교환·환불 보장 등 국토부령으로 규정한 사항을 계약서에 서면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제조사별 신차 계약 절차까지 강제할 순 없다.
특히 수입차 제작사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21개 회원사(승용 16개·상용 5개)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 포드, FCA(지프), 포르쉐, 캐딜락, 푸조·시트로엥 등 절반 이상이 아직 제도를 수락하지 않았다. 대우버스와 타타대우상용차, 볼보트럭, 만트럭 등 비롯한 국내외 상용차 제작사는 1곳도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한국형 레몬법 실행 거부로 법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은 “지난해 결함으로 인한 리콜은 벤츠 10만6317대, 아우디·폴크스바겐 16만9348대로 전체 리콜 40%에 육박했다”면서 “한국형 레몬법을 거부하며 수용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 안전과 권리는 무시해도 된다는 부도덕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환·환불 제도는 자동차 제조사 동의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임의규정이라 한국형 레몬법이 유명무실한 법률이 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제작사들은 시민단체 주장처럼 제도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부 문제로 일정이 다소 늦춰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했지만, 회사 내부적인 프로세스 구축 등의 문제로 도입 시점이 다소 늦춰진 것”이라면서 “상반기 중 새 제도 도입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수입차 제작사 관계자도 “수입사 특성상 본사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해 늦춰지는 것뿐이며, 이른 시일 내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