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설경구, '생일'은 이야기를 듣다가 손 잡아주는 영화

이종언 감독의 '생일(Birthday)'은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이 일반적으로 주는 의미에 '네가 없는 너의' 생일이라는 남겨진 사람의 정서가 더해진 작품이다. 정일 역의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감정 연기를 하지 않고 일방통행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 감정 연기하지 않고, 일방통행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생일'에서 순남은 정일이 집을 비롯한 물리 공간과 내면의 마음에 들어오는 것 모두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설경구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순남을 존중하는 정일의 마음을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의지를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을 먼저 배려한다는 두 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았다.

어떤 마음으로 그 장면을 소화했는지 묻자 설경구는 “감정을 연기하지 않고, 일방통행도 하지 않으려 했다. 연기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참 잘했다는 평가가 이 영화처럼 끔찍할 수 있을까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감독이 쉽지 않게 쓴 시나리오의 진정성을 강조했는데, 전도연이 인터뷰를 통해 감독 의도에 대해 밝힌 바와 일맥상통한다.

설경구는 정일이 당사자와 관찰자의 복합적인 입장을 가진 캐릭터라며 “정일을 표현할 때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본인 자신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영화 속 정일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염치없음과 죄스러움을 가지고 있으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아버지 모습과 2~3년의 공백, 둘 다 정일의 마음과 행동을 누르게 했고, 당사자와 관찰자의 복합적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경구는 덧붙였다.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 설경구가 바라보는 '생일'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손잡아주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정일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일의 선택은 무척 현명하다. 설경구는 기다림을 표현하면서도 답답하지만 참고 기다린다가 아닌 있는 그대로 충분히 기다려주겠다는 정서를 전달했다. 본인도 힘들지만 강요하지 않고서 상대를 충분히 기다리겠다는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슬프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우리 이야기 같은 영화다. 생일에 손잡아주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영화”라고 설경구는 '생일'에 대한 소감을 말하면서 아이가 어른을 완충하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 정일의 딸 예솔은 맛있는 음식을 보면 바로 먹지 못하고 반을 남겨서 집에 가져가 수호에게 주겠다는 마음을 먼저 갖는다. 본인도 새 옷을 입고 싶은데 사달라고 하지 않는다.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 설경구는 깊이 들어갈 줄 알기에 '깊이 들어가는 게 두려운 배우'

설경구는 역할에 심취하는 배우이다. 맡는 배역마다 놀라울 정도의 몰입감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생일'에서는 정일을 표현하면서 더 깊이 들어가지 않으려고 균형감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이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 설경구는 너무 강렬한 것 같아서 유가족을 만나는 대신 감독님께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깊이 들어갈 줄 알기에 깊이 들어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노력한 설경구의 마음은 인터뷰 내내 감동적이었다. 들어주는 것 자체가 공감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영화 속 정일이 기다려주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만들었다. 만약 정일이 무척 영화적인 캐릭터로 표현됐다면, 역동성은 증가했을 수도 있지만 관객이 감정선을 유지하며 차분히 정일에게 감정이입하기에는 불편했을 수도 있다.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설경구. (사진=씨제스 제공)

설경구는 끝으로 “'생일'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더라도 본인을 포함한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고 잊을 사람은 잊겠지만, 작은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